[기고] 육아부담 줄이는 사회분위기 조성해야

이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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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鳥取)현의 매달 19일은 ‘육아의 날’이다. 주민 모두가 가정과 마을, 일터에서 육아를 소중히 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은 2010년 9월 ‘육아 왕국 돗토리 건국 선언’을 하고, 관련부서의 명칭을 ‘육아왕국 추진국’으로 정하는 등 저출산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가사분담을 위해서 매달 19일을 초과근무 없는 날로 정하고, 마을단위에서는 육아동아리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8월부터 현은 민관 간부에게 직원의 정시 퇴근을 권장하기 위한 ‘이쿠보스의 날’을 추가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쿠는 양육을, 보스는 상사를 의미하는 합성어다. 이러한 취지에 기업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의식의 전환 없이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힘들고 여성의 육사와 가사를 줄이지 않고는 저출산이 해결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인구절벽(인구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시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출산은 생산인구 저하로 국가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어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은 국가별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여성 1인당 합계 출산율이 0.8명인 싱가포르는 생산인구의 저하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23개 업종을 자동화해 자판기 카페, 무인은행과 로펌, 로봇 간호사까지 만들었고, 일본에서도 무인 편의점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전체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 단면이다.

지난달 12일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65)’에 따르면 현재의 고령화·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5천101만 명이었던 총 인구가 2115년에는 2천581만 5천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00년 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말 대비 반토막 난다는 의미다.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감소폭은 더 가파르다. 올해 3천763만으로 집계된 생산가능 인구는 현재보다 70%가 줄어든 1천242만 6천명으로 예상됐다. 생산가능 인구 100명 당 부양할 총 부양비도 2015년 36.2명에서 107.7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24명이다. 문제는 15~49세 가임여성 중 기혼 여성들이 실제로 낳고 싶어 하는 자녀수가 평균 2.3명이라는 점이다.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아이에 만족하게 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은 고용 불안, 주거비, 교육비 부담 등이나 이를 위한 정책과 함께 여성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업과 정부부처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1월1일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남성 임직원의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하는 제도를 전 계열사에 실시한다. 회사가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 육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행정자치부도 올해부터는 지자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에 해당 지역 출산율을 반영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곳엔 예산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인구정책 심포지엄’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한 ‘2017경기도 인구정책’을 발표하고, 기준 1.27명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인구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새마을회도 올해 중점사업으로 ‘한 자녀 더 갖기’운동을 추진한다. 가임율만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갖춰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출산·양육 친화적 가족 문화 및 직장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범국민 캠페인과 지역단위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 스스로 번식을 억제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는 곧 살기 좋은 사회이다.

 

이도형 

경기도새마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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