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미국유학 유감

▲

질문 한가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미국? 영국? 아니면 중국? 정답은 의외로 덴마크다. UN이 2012년부터 조사한 결과 2015년(3위)을 제외하고 매년 가장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선진국 따라 배우기를 잘 하는 나라다. 정부가 그랬고 삼성이 그랬다. 유학이든 출장이든 다녀오고 나면 그 나라 제도가 최선인양 옹호하기 마련이다. 벤치마킹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 덴마크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지난 학기 ‘정부혁신론’이란 강의를 했다. 이전에 이 과목을 강의했던 교수님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가르쳤다. 전에는 제1공화국부터 제6공화국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했던 정부개혁의 내용, 즉 어떤 부처를 없애고 무슨무슨 부처를 신설하고 한 것을 가르쳤다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판을 갈아엎었다. 덴마크 정부에 관해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알아야 우리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면서 큰 문제에 봉착했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덴마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쓴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문한 탓인지 필자 또한 지금까지 덴마크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 기자 출신 한 분이 몇 주 출장 다녀온 다음 쓴 책 한권이 학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나마 읽을 만한 정도다.

 

그에 비해 미국 유학생과 미국에 관한 자료는 차고 넘친다. 너도 나도 미국으로 유학 가고 싶어하고, 실제로도 미국으로 유학 다녀온 사람이 제일 많다. 공무원이나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00배 큰 나라다. 그런데 유학을 많이 가다 보니 우리보다 엄청나게 큰 나라를 자꾸 따라 하려 한다. 국회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미 의회 비서진은 10명이 넘고 방도 아주 크다. 물론 차량도 검은색 대형차량을 주로 이용한다. 

우리 국회도 의원마다 인턴 포함 9명의 비서진이 있고 검은색 대형 승용차가 주종이고 사무실도 크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큰 비서실과 막강한 경호실, 1만개 이상의 자리에 대한 임명권까지, 미국 모델의 판박이, 아니 그 이상이다.

 

만일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유학을 보내고 이 나라를 벤치마킹했으면 어땠을까? 덴마크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의원 2명당 1명이고 방도 아주 작고 의원들 대부분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다시 출마할 것인지를 물으면 안 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 물가가 우리보다 2배 정도 비싼데 월급은 우리 국회의원 절반도 안되는 45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봉사하겠다는 생각 없으면 계속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요새 덴마크와 스웨덴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유럽 얘기를 꺼내면 많은 분들의 반응이 “너무 작은 나라라 우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부분 미국 유학파들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보다 100배 큰 미국은 따라 하면서 우리 반 정도 크기의 유럽국가들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맞는 말인가?

 

한동안 국회의원 특권 없애기가 주요 이슈로 언론에 회자되더니 최순실 사태를 전후해서 완전히 잠잠해졌다. 미국이 아닌 덴마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월급은 화이트컬러 평균 정도로 제한하고 보좌관도 줄여야 한다. 덴마크 의원들처럼 자신이 직접 연구하고 고민해야지 보좌관이 써 준 것을 읽기만 해서는 안된다.

너무 떡이 커서 한번 당선되면 재선이 목표가 되어 버리는 미국식 말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봉사하고 그만두고 싶어 하는 덴마크식으로 가면 어떨까? 그래야 국가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재선만 목표인 생계형 정치인이 사라지지 않을까?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