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닭과 오리 등 조류에게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드물지만 사람으로의 감염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들어 제기되고 있는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AI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사례가 그 신호탄이다. 지난해 11월 16일(경기도 20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 확인됐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무려 62%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졌다. 다행히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60여 일 가깝게 국내 축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가금류 산업을 맹폭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천170만 마리에 달한다. 주로 피해 종은 알 낳는 닭인 산란계다.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9%인 2천300만 마리가 도살돼 피해가 가장 컸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도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을 넘는 43만 7천 마리가 사라졌다.
이중 경기도의 가금류 살처분 수는 1천500여 마리에 육박한다. 전국 수치의 절반에 가깝다. 도내에서 사육 중인 5천400만 마리 중 30%가 매몰됐다. 그 피해액도 무려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초유의 피해 규모다.
AI가 본격적으로 상륙해 국내 가금류 산업을 뒤흔든 것은 2011년 초다. 당시 243만 마리가 살처분된 후 2014년 상반기 중 살처분 292만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 상반기에는 214만 마리가 사라졌다. 그때마다 재앙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는 전조 증세에 불과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 올 재앙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안일한 대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부는 물론 경기도 또한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혼란에 매몰돼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자 뒤늦게 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늑장대처로 일관했다.
또 일선 방역현장에서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간 전이를 유발하는 단초가 됐다. 방역초소 및 살처분 현장 투입 인력이 부족해 낯선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부 지자체는 살처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치 않았고 바이러스 유입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도래지에 대한 초기 방역도 지극히 허술했다. 살처분 매몰지를 제때 찾을 수가 없어 지연된 사이, AI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 낸 인재로 밖에 볼 수 없는 현장이다.
이제 가축전염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변화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한 연구와 질병에 대한 인식재고가 필요하다. 매뉴얼 재정비는 물론 사전대응 훈련도 요구된다. 전문 방역관 확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는 두말할 나이가 없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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