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허무한 국회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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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병신년을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청문회’로 마무리한 꼴이 되었다. 혹시나 해서 열심히 듣고 보았지만 역시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알맹이는 쏙 빠진 채 들러리들만 굴비 엮듯이 줄줄이 불려 나와 의원들의 자기 과시가 역력한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하고 있는 모습에서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러니 의원들이 말끝마다 달고 사는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호통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왜, 무엇 때문에 청문회를 열었나?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결론적으로 인력, 시간, 예산 낭비 즉, 국력낭비의 표본이라 하겠다.

 

세계 최초의 청문회는 지난 1787년 미국의 인사청문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6월에 인사청문회를 처음 도입해 장관을 비롯한 요직의 정직성을 가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 1988년 11월에 ‘일해재단 비리’와 ‘광주사태 진상규명’ 국회청문회를 효시로 각 사건별로 증인들을 불러 진상규명을 하고자 했다.

당시 노무현이라는 새내기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송곳질문과 명패를 집어던지는 등 청문회 스타로 떠올라 대권까지 거머쥐게 되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또,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영웅적인 충성심이 돋보이기도 했다.

 

오늘날의 청문회는 본말이 전도된 청문회, 갑질이 난무하는 청문회, 인격의 사각지대, 모르쇠와 오리발 청문회로 치부되고 있다. 이번에 벌어진 국회청문회만 보더라도 1차로 재벌 총수들을 불러내어 과거와 다르지 않는 연설조, 훈계조의 반복된 질문에 답변 시간조차 주지 않는 등 무엇을 청문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도리어 국민들을 헛갈리게 하는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형편이 이러니 6차에 걸친 청문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대답이 나올 리가 만무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객관적 논리 전개가 전혀 무시된 채 사전준비가 미흡한 ‘카더라’ 중심의 뻔한 질문을 해대니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수가 없는 구조가 청문회 그 자체라 하겠다.

 

청문회란 말 그대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이 대신 묻고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서는 타당한 팩트를 기반으로 많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한 고도의 심리적 기술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거도 그러했듯이 국회의원이 하고 싶은 말만 떠들며 다그치는 모습에서 적이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번 6차에 걸친 청문회로 나라를 떠들썩하게는 했지만 결과는 허무함 그 자체이다. 저격수, 꾀꼬리 따발총, 인파이터, 면도날 등 별명만 난무했을 뿐이다.

 

지금 특검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헌재도 판결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최씨 일가와 박대통령의 커넥션은 특검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인데 무작정 윽박지르기만 하는 국회의원이 한 건 올리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다.

 

이번에 귀순한 태영호 전 주영공사의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촛불집회를 보면서 곧바로 국가가 전복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다음날에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여전히 조용하게 굴러가는 한국의 시스템이 놀랍다”는 말과 같이 어느 한 편에서 아무리 꼼수를 부린들 우리의 국민들의 저력은 아직 건재하다.

 

최무영 ㈔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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