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재인 전 대표의 ‘先 개혁, 後 개헌’ 꼼수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기자페이지

김창학 부장.jpg
여야 4당이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선 정치권이나 국민 정서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시기와 방식을 놓고 차기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셈법이 달라 용두사미의 특위가 될까 우려된다.

 

특히 야권의 대선 유력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개혁”이라며 ‘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개헌논의를 통해 공론을 모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이를 실행하면 된다며 사실상 ‘차기 정부 개헌’을 제시하고 있다. 

개헌에는 동의하지만 대선 이전 시행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따라 빠르면 내년 6월 이전 대선이 불가피해 정치 일정상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견해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차기 정부로 넘긴다 해도 국내ㆍ외 여건을 이유로 번복될 수 있어 개헌 추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의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에서 자칫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지난 7월 한겨레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개헌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6.9%로 ‘필요없다’(20.0%)는 응답의 3배를 넘었다. 개헌시기도 ‘대선 또는 그 이전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1.6%로 나타났다.

 

더욱이 5개월 뒤인 지난 12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찬성 65.5%, 개헌반대 27.4%, 차기 대선 이전 찬성도 절반을 넘는 결과가 나왔다.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 이후의 여론 결과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개헌은 이 시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정권마다 거론됐지만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제9차 개헌 이후 30년 전 그대로다. 이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 변화와 성숙해진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국정운영은 역대 대통령의 측근비리,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돼 국민을 실망시켰으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국민의 멘탈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집회현장을 나온 가족, 수험표를 달고 역사현장에 나선 학생,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근로자, 지방에서 올라온 이름 모를 시민. 이들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인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단절이자 국가의 틀을 완전히 바꾸길 원하는 개헌의 사회적 공감대다.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다시는 간과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의지이기도 하다.

 

‘촛불민심’은 특정 정당을 위한 혹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한 집회로 해석하기에 억지가 있다. 문 전 대표가 냉철히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강 다약의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 전 대표는 정권 창출에 유리한 위치에 있어 대선전 개헌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정치 명분이 개헌론자들로부터 꼼수라고 직격탄을 맞는 이유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개헌 저지선도 무너져 야당의 개헌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 바람이자 희망인 개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더 이상 외면해서도 안 된다. 권력 분산을 통해 고루 잘사는 나라를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