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심 제한속도의 하향조정… 교통안전 선진국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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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속도와 교통사고는 비례관계에 있다. 덴마크의 경우 도심부 도로의 제한속도를 60km/h에서 50km/h로 낮추어 운영한 결과 주행속도는 3~4km/h 밖에 줄지 않아 통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사망사고율은 2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미국에서는 제한속도를 10mph 증가 시킨 결과 주행속도는 1~4mph 증가하였으나 사망사고율은 무려 19~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네덜란드 교통안전 조사기관인 SWOV의 발표에 따르면 도심부 도로에서는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사고율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도심부 도로의 속도관리가 교통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의 71%, 교통사고 사망자의 47%가 도심부 도로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어 도심에서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는 도심 제한속도 하향조정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도심 제한속도 하향조정 정책의 골자는 도심 제한속도를 60㎞/h에서 50㎞/h로 낮추는 것이다.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와 터키만 도심 제한속도 50km/h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도심 최고제한속도 하향조정 정책 추진 관련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7대 특별·광역시를 순회하면서 속도하향 정책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또한 세종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심 제한속도를 50km/h로 하향조정하여 12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운전자들이 일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체로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사전에 연동속도 하향 및 이에 맞추어 신호를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과속을 억제하고 신호위반 등의 법규위반을 조장하지 않아야 제한속도 하향 정책이 운전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도심의 폭 9m 미만 생활도로의 30km/h 속도제한이다.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7%가 생활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기인하였다고 할 정도로 생활도로는 교통사고 우범지대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생활도로구역을 설정하여 30km/h 속도제한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시범도로의 교통사고율이 전년대비 최대 33% 감소하였고, 평균주행속도는 18km/h 감소하여 교통안전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증가하였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안전처와 경찰청이 지침을 마련하였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경찰청의 협의로 ‘생활도로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빠른 확산을 통해 운전자로 하여금 생활도로에서는 30km/h 이하의 저속운행을 하도록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운행경로는 생활도로에서 시작하여 간선도로를 거쳐 다시 생활도로로 끝난다. 이 모든 도로들의 제한속도를 함께 하향시켜야 운전자 의식개선에 효과적이고 결국엔 교통사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지역에만 도입될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확산이 병행되어야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이 보다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수·교통안전공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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