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한국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같은 분야의 김대식 교수 역시 “지금 10대들이 국영수에 매달리는 것은 불도저가 등장하는 시대에 열심히 삽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기계처럼 공부해서는 기계와 경쟁할 수 없으니, 기계와는 다르게, 보다 인간다운 교육으로 혁신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그 혁신으로 ‘질문과 토론’의 교육을 제안한다. 지금도 인간은 정답 찾기의 속도와 정확성에서 기계에 뒤처지고 있다. 그러나 기계는 답은 잘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질문은 미래에도 인간의 몫이 될 것이고, 기계는 답으로 인간을 도울 것이다.
질문은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탐구하고, 성찰하고 싶을 때 우러나온다. 그 질문이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우리 교실은 간단한 질문조차 쉽지 않았다. 질문을 하면 무식을 드러내는 일 같아 부끄럽고, 진도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눈치를 보았다. 정답만을 말해야 칭찬하는 분위기여서 호기심은 억눌리고, 질문은 숨어들었다.
질문은 대개 교사의 몫이었다. 교사는 정답을 학생들이 알고 있는지 질문으로 확인했다. 그 질문을 종이 위에 옮겨놓은 것이 ‘시험’이다. 학생들은 시험 때문에 ‘정답 찾기’ 훈련을 해야 했다. 질문이 있는 수업으로의 변화는 이런 풍경을 바꾸는 일이다.
한편 인공지능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창의성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학자들은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획일성을 꼽고, 그 반대편에 다양성을 세운다. 다양성이 드러나고 빛나는 순간이 토론이다. 토론으로 다양한 질문과 불확실한 정답들이 서로 만나서 새로운 답과 또 다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인천교육은 지금 질문과 토론이 살아있는 교실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고 있다. 평가는 학생의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를 ‘배움중심 수업’이라고 이름하고 교육청은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교사의 역량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교사가 질문과 토론의 전문적인 촉진자가 되기 위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주어진 교과지식을 설명하는 수업을 넘어서기 위해 여러 교과와 학년의 교사들이 마주하는 학습공동체가 학교마다 꾸려지고 있다.
이렇게 인천의 교실은 오늘도 변화의 발을 내딛고 있다.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사회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여전히 일상에서는 시험 점수로 아이의 역량을 가늠하고, 과거의 기준으로 오늘의 교육을 평가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질문과 토론의 수업은 우리 세대에게 낯설다. 교육의 속성상 가시적인 변화나 당장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화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제는 학부모와 시민들이 열린 마음으로 교육 혁신에 대하여 질문과 토론을 시작할 때다.
김동래 인천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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