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편으로 1818년부터 일찌감치 중립주의를 펼치며 전쟁을 피해왔던 스웨덴으로서는 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좋거나 싫은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매우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호기심과 감정적 절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스웨덴이기에 마음의 문을 열고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한국 문화 홍보 활동은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K-Pop을 위시한 한류의 열풍이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현지인들에게 여전히 남북한 대치상황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고, 건강식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한국음식의 인기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이것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문턱을 낮추어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행사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올해부터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한국문화시리즈(Korean Culture Series)’를 기획하고 실행하였다.
지난 1월 영화 <국제시장> 상영을 시작으로 작게는 한지공예 체험 행사부터 크게는 2만여 명의 스톡홀름 시민이 참가한 한국문화축제,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1천석 규모의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한국 전통무용 공연까지, 올해 들어 강약을 달리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한국 문화 소개 및 체험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올해는 지난 4월과 10월에 진행된 강은일 해금플러스 공연과 단국대 전통무용단의 공연 및 지난 11일 경기도립국악단 공연이 이어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전통 공연이 개최되었다. 이들 세 행사의 청중은 연 인원 1천600여 명에 달하는데, 이는 스톡홀름의 총 인구가 약 90만 명인 사정을 고려한다면 동 행사들이 스웨덴 내에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보여준다 하겠다.
특히 경기도립국악단을 초청해 개최한 송년음악회는 북유럽 지역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대형 국악 공연으로서 올 한 해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지만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스웨덴인들의 특성으로 인해 공연 이후 관객들의 반응이 내심 걱정되어 공연단에게 미리 귀띔해 주었지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이는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간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 때문이었을까? 평소 감정을 절제하던 차분한 스웨덴인들이 공연 내내 열렬한 환호를 이어가며 공연이 끝나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내는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었다.
처음 보는 한국 전통 악기와 악기들의 독특한 소리, 연주법과 함께 전통 한복을 입은 협연자들의 연주와 노래, 몸짓 하나하나는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민요가수가 객석으로 이동해 현지 관객과 민요 ‘뱃노래’의 후렴구를 함께 부르며 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였는데, 이는 딱딱하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서양 클래식 공연과는 차별화된 시도로, 자칫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 전통 음악의 이미지를 친근하고 인상 깊게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또한 한국 전통 악기로 연주한 스웨덴의 유명 대중가요 그룹인 아바(ABBA)의 히트곡 메들리는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오랫동안 현지에서 생활해온 우리 교민들 또한 규모면에서나 공연 수준면에서 종래에 없었던 자랑스러운 공연이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금년의 성공적인 3개 공연이 모두 경기도에 기반을 둔 우수한 공연단이라는 점에서 공관으로서는 경기도민들께 각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올 한해 한국 전통 음악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매개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만난 한국과 스웨덴은 서로의 문화를 함께 체험하며, 상호 교류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을 함께했다. 한국 문화를 통한 소통이라는 작은 씨앗 하나가 모두의 가슴에 뿌려져, 지리적 격차와 문화적 차이를 떠나 양국 서로가 마음으로 만나는 친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남관표 주스웨덴왕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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