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현장은 개봉을 앞둔 영화제작사이자 이미 예고된 영화를 빨리 보려는 관객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상품 기획이나 마케팅 준비 등은 잘 됐는지, 고객의 불만 요소는 없는지, 고객 입장에선 사전 정보나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선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을 했는지 등을 영화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비단 영화는 훌륭한데 고객서비스나 영화관 환경, 비좁은 주차장 등으로 인한 불편함이 있었다면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물론 그날 시간까지 버리게 돼 공허함이 굉장히 클 것이다.
이와 같이 유통현장도 영화처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고 싶다. 생산(원작)→물류·상품화(제작연출)→유통단계(홍보)→분산단계(판매) 모든 과정이 잘 조화가 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현장의 분산단계는 과잉, 생산물류 단계는 지역적 한계로 인한 불균형이 심하다.
영화도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 신인작가, 중견작가, 인기작가, 작품 등과 같이 다양한 요소들이 있고 배우섭외, 비용, 일정, 홍보, 상영관 구하기 등 상영하기까지 아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농산물 유통은 영화보다 더 복잡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일단 생산자와 고객, 유통업체가 사전 정보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급조절, 가격등폭을 관망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킹(Gregory King) 박사가 말한 ‘킹의법칙’(생산량이 50% 감소하면 가격은 450% 상승한다는 논리)처럼 농산물은 기후환경, 노동생산성, 물류, 소비변화 등의 요인으로 생산과 수요변화가 크다.
그동안 여러 가지 노력들은 많이 해왔다. 유통업체를 통한 소비자 물가안정 마케팅, 소비촉진 운동, 산지부문에서는 자율폐기제, 계약재배 등 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반복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의 현실인 자연의 섭리와 노동집약적 구조 속에서 안정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관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소비측면이 강한 영화도 상영관을 잡지 못하거나 홍보 부족으로 3일 천하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산지와 소비지, 고객과 관객, 사회적 환경, 상품의 경쟁력 모든 요소들이 융합하여 결과를 낸다.
어느 한쪽도 소홀함이 없이 준비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고 또 어느 때는 기대보다 결과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요즘은 무한경쟁, 정보, 아이디어의 홍수 시대다. 최적의 상품을 선정하여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경영자나 현장책임자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온고지신’ 정신이다. 좋은 상품이나 영화도 과거의 실패 사례나 성공사례를 분석해 반영시킨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고객 수요에 부응해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매장과 극장만의 전통과 장점을 살리고 새로운 것을 잘 접목한다면 고객에게 사랑받는 좋은 상품과 영화 다시 찾고 싶은 매장이나 극장이 될 것이다.
방성진 농협수원유통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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