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기도무형문화재의 눈물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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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도무형문화재가 말을 꺼냈다. “지사님을 뵙고 싶어 면담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3년 동안 지사님을 뵌 적이 없다.”

 

누구보다 경기도무형문화재의 현실을 잘 아는 그였고, 경기도무형문화재를 대표할 만한 그조차 일정이 바쁜 경기도지사를 만나 차 한잔을 하는 호사(?)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도지사에게 이런저런 무형문화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8일 열린 경기도무형문화재 위상 제고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은 청중석에서 지켜본 경기도무형문화재 관계자나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나 현실의 답답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졌다.

 

무형문화재 그 이름 자체는 화려할 수 있지만 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기관이 보는 무형문화재는 계승발전시킬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명맥만 유지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처럼 인식돼 왔다.

 

무형문화재들이 요구하는 것은 많다. ‘지원금을 늘려달라’ ‘시설을 확충해 달라’ 등 다 돈이 수반돼야 하는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다른 것도 할 일이 많은데 이들의 요구에 난처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형문화재가 문화재로서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통문화,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기란 어렵다.

그나마 유형문화재는 조금 인식이 나은 편이다.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 유형문화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기도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국보 1호 남대문 화재사건 때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경험담도 우리 유형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좀 다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무형문화재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수되다 보니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없어지게 방치할 것인가. 어쩌면 인간의 생명과 생명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는 무형문화재는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치인들은 표와 관련돼 생각하기 십상이고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나마 살풀이, 민요 부문 무형문화재들은 공연장에 지속적으로 설 수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공예 분야 전통 계승자들은 갈수록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면서 대를 잇기도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무형문화재 보존 발전에 대해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 지원금 확대로는 무형문화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때가 늦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 지원금 뿐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 무형문화재를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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