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성 히어로’ 수원시태권도시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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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히어로’(Unsung hero)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 숨은 공로자’를 뜻 한다. ‘언성 히어로’란 생소한 단어가 부각된 것은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하면서 각종 유럽 축구매체가 그를 ‘언성 히어로’라고 부르면서부터다.

 

수원시에도 이와 다른 의미에서의 언성 히어로가 존재한다. 수원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는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다. 흔히 각 지자체의 체육을 대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그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라고 생각한다. 

수원시 역시 양학선(체조), 유연성(배드민턴), 안창림(유도), 2017년도에 입단하는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태훈(태권도)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이주용, 임태혁, 이승호 등 민속씨름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민속씨름대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수원시를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선수들을 통해 나타나는 홍보효과는 그 파급력에 비해 대회 출전결과 등에 국한돼 지속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급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수원시를 홍보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비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대외적인 소개에서 ‘수원시의 홍보대사’라고 지칭해 왔지만 실제로 그들이 홍보에 관여하는 역할은 스타급 선수에 비해 매우 미비하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초청을 통해 러시아 순회공연을 함께하면서 수원시태권도시범단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계기가 됐다.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지난 11월 24일부 12월 7일까지 12박 14일간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 대사의 초청을 받아 리페츠크시에서 故 페도로프 러시아태권도협회장 기념 태권도대회를 시작으로, 우드무르트자치공화국에서 두 차례 시범과 나베레즈니예 첼리에서 제8회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대사컵 태권도대회로 이어지는 총 4차례의 순회공연을 펼쳤다. 

이 기간 동안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보여준 영향력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우리가 러시아의 격투기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경기를 보고 열광했던 것처럼 처음 방문한 러시아에서 러시아인들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펼친 공연을 보며 열광했고, 공연일정 연장 요청과 함께 단원들을 대상으로 사인 요청도 쇄도했다.

 

이를 보며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공연이라는 장르를 통해 파생시킨 새로운 홍보효과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사실 그동안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러시아 외에도 프랑스, 중국,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와 화성행궁 정기공연 및 각종 국내행사에 초청돼 시범공연을 펼쳐왔다. 

낯익은 것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은 탓일까 수원시태권도시범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의 역할과 운영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하게 됐다.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처럼 수원시태권도시범단 역시 국제교류 행사 참여를 늘리는 등 그 활동 범위를 국외까지 넓혀 운영한다면 기존 스타선수들을 통해 전달되는 홍보효과의 단점 보완과 더불어 스포츠를 통한 홍보효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보다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방안과 국외 공연에 따른 새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수원시 홍보의 ‘언성 히어로’가 아닌 진정한 홍보대사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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