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늘 보행자의 날… 알고 계시나요

2014년 개봉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외화 한편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여 더욱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단순한 SF 갱영화가 아닌 인류의 성찰과 진화에 대하여 많은 고민의 흔적을 담은 ‘루시’라는 영화였다.

350만 년 전에 생존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인류도 이름이 루시라는 점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최초의 인류에서 인류 최종의 진화 단계를 루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최초의 인류 루시를 우리는 흔히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두발로 서서 걸어 다녔으며, 인류학자들은 직립보행을 인간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인간은 걸어 다녔기 때문에 진화가 가능했다고도 하는데 이처럼 사람에게 걷는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진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행위다.

 

또한 걷는다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특히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가 뛰어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기 때문에 심장마비를 37%나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만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면 다이어트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써 걷는다는 것은 비단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이동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걷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절대적인 수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장소의 이동이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 걷기가 자동차라는 이름의 탈 것이 생겨나면서 소외를 당하고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줄어들고 차가 다니는 길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도시에는 보행자를 위한 보도가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도시를 지나 조금만 야외로 나가면 대부분 보도가 없는 차도로만 길이 만들어져 있다. 사람은 350만 년 전 최초 인류 이후 지금까지 태어나면서부터 걸어 다니게 되어 있는데 이런 본능적인 행위를 빼앗고 있어 삶이 위협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행자의 안전도는 어떨까? 보행자 교통사고는 인구 10만명당 4.1명으로 OECD국가 평균 1.4명의 3배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체 교통사고의 40%이상이 보행자 사고로 OECD국가중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모습이라고는 감히 상상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도시전문가 찰스 몽고메리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늘면 행복지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나 캐나다 같은 나라는 차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자랑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전이고, 홍수처럼 밀려드는 차량 이용을 보여주는 미국의 대도시 로스엔젤레스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줄이는 비전제로를 선포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대다수 국민들은 11월11일이 빼빼로 데이라는 것은 알아도 지난 2010년 보행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인 의식을 고취하고 생활 속에서 걷기를 활성화하 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보행자의 날’인 것은 모를 것 같다. 

매년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 버린 ‘보행자의 날’ 그 불편한 진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하루가 아닌 1년 365일이 보행자의 날이 될 수 있도록 차량 위주의 ‘도로교통법’에 가려져 유명무실한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도 사람 위주의 시각에서 새롭게 손을 봐야만 한다.

 

김덕룡 손해보험협회 수도권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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