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쿠바’ 하면 혁명가 영웅 ‘체게바라’와 무상의료로 대표되는 복지를 떠올린다. 쿠바의 영웅이자, 위대한 혁명가인 체게바라는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 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생명이 돈보다 소중하다는 가치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쿠바 국민은 헌법에 의해 누구나 무료로 평등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비록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난한 나라이지만 유아사망률은 미국보다 낮고, 평균수명은 78세로 선진국 수준이다.
성남시는 시민의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을 위한 ‘시민건강주치의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쿠바를 다녀왔다. 쿠바의 주치의 사업을 견학하고, 성남시에 접목할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과 시의원 등 모두 7명이 함께 했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를 찾았다. 하바나는 크게 ‘올드 하바나’와 ‘뉴 하바나’지역으로 나뉜다. 이는 성남시가 본시가지와 구시가지로 이뤄진 것과 닮았다.
가장 먼저 쿠바의 의료체계와 마을주치의(패밀리닥터) 제도를 견학하기 위해 아바나 외곽지역 Managua 마을의 Policlinico(다수의 의사가 근무하는 소규모병원)을 방문했다. 쿠바는 국민 800~900명 당 1명의 패밀리닥터가 있으며, 개개인의 주치의도 있다.
환자는 패밀리닥터에게 진찰을 받고, 필요하다면 폴리클리닉에서 진찰과 간단한 치료를 받는다. 더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의를 불러 진찰을 받고 전문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쿠바 의료는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식습관, 금연, 절주, 운동 등으로 생활습관을 지도하고, 예방 및 재활에 힘을 기울인다. 이와 함께 세계 빈곤국 의료 문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의사와 의료종사자를 해외에 파견하고, 무료로 제3세계의 의사와 의료종사자를 양성하고 있다.
아바나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의 콘술토리오(Consultorio, 작은 진료소)도 찾았다. 이곳에서 목격한 광경은 놀라웠다. 환자가 병원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가족들과 면담을 하는 모습, 인간적인 부분까지 진료하는 모습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20여 분의 진료가 일상적이라니 놀라운 현장이었다. 비싼 돈을 내고도 의사와 단 5분, 아니 3분도 이야기하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예방의학보다 치료의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예방의학에 좀 더 중점을 두고, 1차 진료기관의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남시가 도입하고자하는 시민건강주치의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1차 의료기관과의 연계다. 시민들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생활 습관병을 중심으로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사업을 실시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아직은 어느 지자체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사업이지만 쿠바 벤치마킹을 다녀와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큰 파도를 일으켜 폭풍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돌아왔다.
장현상 성남시 공공의료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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