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뒷좌석 안전띠 불감증… 제도 강화로 해결하자

최근 국정감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속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7%에 불과했다.

 

안전띠 착용 여부가 교통사고 시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기본 상식이 되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건당 사망자 발생비율)은 앞좌석은 2.8배, 뒷좌석은 3.7배로 각각 증가한다.

특히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동승자를 충격해 사망하게 할 확률이 7배나 커진다. 다시 말해서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은 동승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살인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보다 더 인식할 수 있다. IRTAD(국제도로교통사고센터)의 Annual Report(2016)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독일 98%, 영국 87.1%, 프랑스 84%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7%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편해서가 31%, 습관이 안 돼서가 29%, 귀찮아서가 19%,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11%, 기타가 10%라고 한다. 안전띠를 자신과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이 달려 있는 장치로 보지 않고, 1m 남짓의 하찮고 귀찮은 장치로 보는 것 같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와 모든 동승자, 즉 앞좌석 및 뒷좌석 동승자에 대한 안전띠 착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 위반 시 운전자에게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영국이 18만 원, 독일이 17만 원, 스웨덴이 58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가별 1인당 GDP 대비 범칙금 비율을 비교했을 때 영국은 우리나라의 3.45배, 독일은 0.94배, 스웨덴은 3.19배로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과태료 수준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뒷좌석 안전띠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의식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과태료 인상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 병행해야 하는 것은 계도와 단속 활동이다. 과태료 인상으로 벌칙 수준은 높아졌으나 단속되지 않는다면 규정은 사문화되고 궁극적으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 향상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톨게이트, 휴게소, 졸음 쉼터 등에서의 단속과 계도를 병행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는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강제하지 못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근본적으로 혼란을 유발시키는 부분이 있다. 또한, 일반도로에서도 주행속도가 높아지는 야간 및 새벽 시간대 등에서 사망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진과 홍수, 대형 교통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안전은 비용이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점점 사라질 정도로 우리 사회가 굉장히 성숙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그동안 알면서 실행하지 못했던 교통안전 관련 법규의 강화가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철기 아주대 교수·교통안전공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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