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인 1개소법 사건에 관하여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료인 1인 1개소법’에 대하여 종전 판결들과 모순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하에서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서울고등법원은 이미 동일한 당사자․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의료법(제33조제8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모두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이라 함) 제57조 제1항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므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에서는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스스로 모순된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단과도 일관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라면, 즉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면 건보법상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이 아니라고 이미 여러 차례 판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의료법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의 경우만큼은 건보법상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이는 대법원의 법리와도 일관되지 않는다.

 

셋째, 동일 당사자에 대한 선행 ‘형사 2심 판결’ 내용에도 반한다. 동일 사건 당사자는 이미 형사 2심 판결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형사유죄판결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먼저 개설되어 있었다면 동 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하여 선행 ‘형사 2심 판결’과도 모순된 판단을 하였다.

 

넷째,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의 경우 환수대상’이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동 판결과도 모순된다. 의료법 제4조 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이를 위반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기관은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에 더하여 같은 법 제33조 제8항까지 위반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안에 대하여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고, 부당이득으로 환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형사처벌규정도 없는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하여는 비용환수가 적법하고, 더 중한 사안에 대하여는 비용환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섯째, 이번 판결은 ‘부당’과 ‘위법’을 오해하였다. 건보법에 따른 비용 환수 요건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라고 하여 “부당”이 그 요건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부당”에서 더 나아가 “위법”하여 형사처벌에까지 이른 사안에 대하여 위 환수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판결 내용대로라면,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한 번 받고 나면, 의료기관을 여러 개 개설하여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논리가 국가의 의료기관 정책이고,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아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 규정을 만든 입법자의 의도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사실심에 있어서 최고법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당사자와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엇비슷하지도 않은 정반대의 모순된 다른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재판받는 당사자들은 어느 재판부를 만나게 될까 복불복의 심정으로 법정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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