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京江線 전철개통 감상법

수도권 동남부의 숙원사업이던 경기도와 강원도 강릉을 연결(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완공 예정)하는 경강선 전철 1단계 개통식이 종점인 지난 9월23일 여주역사(驛舍) 앞마당에서 개최됐다. 2002년에 시작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15년의 장구한 시간이 걸렸다.

전 구간 노선길이 57km로 총 소요예산 1조9천840억원이 투자됐다. 경강선 개통이 국책사업으로 채택돼 예산이 확보되기까지에는 국회 차원에서 이영문·황규선·이희규·이규택·이범관 전 의원 등역대 지역 국회의원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2012년 5월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경강선 진행상황을 확인해보니 2010년 완료목표였던 사업의 예산이 8천400억원으로 총 소요예산 중 겨우 42%만이 확보된 상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58%에 해당하는 1조1천426억원을 재임기간 중에 확보했다.

 

임기 내에 경강선 복선전철노선을 완공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적지 않다. 당시 광주 노철래 의원과 양평·여주 정병국 의원, 예결위 간사인 안성 김학용 의원 등과 함께 관계 부처를 독려하고 기획재정부 현오석 부총리와 차관, 예산실장을 설득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지자체장들의 정보자료 제공과 지원 노력도 큰 힘이 됐다고 본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하나로 결집돼 수도권 동남부 200여만 명의 숙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항상 수도권 개발억제정책 등으로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아오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작은 보상을 받은 셈이다. 이는 가뭄의 감로수(甘露水) 같은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함께 꾸는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인내와 땀으로 실현한 것이다. 어찌 감개가 무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멀지 않은 옛날, 수원에서 여주까지 다니던 협궤(狹軌) 열차가 1972년에 운행 종료됐다. 이 열차는 일제강점기에 곡창지대인 이천, 여주 평야지대의 각종 곡물을 수탈해 갈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해방 이후 625 사변을 거쳐 내가 고교 재학시절에도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석탄을 사용하는 느리고 협소한 완행열차이지만 지역의 명물이었다. 이 열차를 타고 여주 영릉과 신륵사 백일장에도 참여하면서 낭만을 느끼기도 했다. 그 열차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1994년에 이천군수로 부임하고 민선에 의한 3선 시장을 역임하면서 20여 년 전에 사라진 열차의 추억과 아쉬움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지금은 관광레저가 각광을 받는 시대다. 수원·용인·이천·광주·여주의 특산물과 관광자원을 연결한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지역이 될 것인가.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수도권 복선전철 계획은 2002년부터 시작돼 내가 국회에 입성한 2012부터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천우신조로 개통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천은 교통의 요충지로 사통팔달의 고장으로, 이번에 개통된 판교~이천~여주 경강선은 서울·인천·경기 2천500백만 수도권 인구의 동맥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40분 진입이 가능하고 분당선을 비롯한 시내선과 교외선 20여개의 전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제부터 우리지역도 소외된 지역이 아니다. 

임금님표 이천쌀을 비롯한 각종 농축산물, 대규모 패션 아울렛, 물류센터, 각종 명승자원은 수도권을 넘어 강원과 충청, 영호남으로도 연결된다. 가히 백화난만(百花爛漫)의 전철시대가 도래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제19대 국회의원으로서 임기 중 수도권 동남부 전철시대를 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다.

 

유승우 강남대 석좌교수(前 이천시장·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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