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낙관론자인 나조차도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으로 절체절명의 안보위기를 맞고 있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지진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그리고 22년 만의 철도·지하철 동시 파업, 태풍 차바 등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안보 위기다. 북한은 올 들어 핵실험만 두 차례, 연이은 탄도미사일 시험을 통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SLBM 시험을 통해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홍수로 해방 이후 최대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 완성에만 열을 올리는 김정은의 비상식성은 한반도 정세를 예측불허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과거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주가가 폭락하고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던 것에 반해 지금 우리 사회는 익숙해진 나머지 무신경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국민과 정부가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보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책임질 것이라는 안이한 안보 불감증과 국론 분열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위태롭게 느껴진다.
경제도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2%대 성장에다 일자리 감소 등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한강의 기적을 견인했던 제조업과 수출의 위기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워낙 좋았기에 착시현상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 제조업의 위축과 수출 감소는 지속되어 왔다. 게다가 최근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사태가 무척 걱정스럽다.
판매중단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손실은 2조5천억으로 추산되지만, 애플과 경쟁하며 공들여 쌓은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것이다. 금년 9월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5.9%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13년 만의 현대자동차의 전면 파업, 그리고 22년만의 철도·지하철 동시 파업 등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두 차례 지진으로 국민의 일상도 불안해졌다. 이번에 국민들은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리고 지진에 대한 대비가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의 내진 설계 비율이 25%에 불과하며, 재난 문자 하나 제때 보내지 못하는 재난 관리 시스템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 부족하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에 이번 태풍 차바의 피해에서 보듯 예기치 못한 재해 위험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대한민국은 이러한 위기를 뚫고 선진일류국가로 순탄하게 도약할 수 있을까? 나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객관적인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당장 심각한 초저출산으로 내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절벽에 접어든다고 한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들며, 일자리도 줄게 된다.
30대 기업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계열사 인력 감축 등 선제적인 대응에 착수했다고 한다. 물론 ‘통일 대박’이라는 말처럼 통일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겠으나 당면한 안보 위기 극복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협치는 의사일정 중단과 국정감사 보이콧 등 파행을 거듭할 뿐 위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껏 정치권은 위기를 맞으면 해법을 내놓기 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이를 활용하기에 바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개혁과 재정개혁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제껏 정치권은 반발을 의식한 나머지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데 소극적이거나 또는 위기의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일 뿐이었다. 그러나 국가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정치권이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위기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그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절박하다.
김학용 국회의원(새누리·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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