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조 능행차 완편 재현… 대한민국 최대 퍼레이드

1795년 을묘년, 정조대왕은 서울 창덕궁을 나섰다. 배다리로 한강을 건너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안양과 의왕을 지나 수원화성 행궁에 이르렀다. 221년이 지난 2016년 10월 8일과 9일, 서울시와 수원시가 을묘년 정조대왕 능행차를 완편으로 재현했다.

 

경기도를 가로지른 이번 능행차는 거리만 47.6km이다. 대한민국에 전례가 없는 대형 퍼레이드이다. 참여자만 3천100여 명에 말 400여필이 행렬을 이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이벤트다. 행차단의 전체 모습부터 단원들의 배치와 의복, 무기, 의기 등 1795년 을묘년 행차모습을 객관적인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기존 능행차가 수원 관내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번 능행차는 수원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협력하여 지역 경계를 허무는 대형 이벤트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둘 수 있다. 수원시는 이번 능행차를 위해 서울시와 서울 금천구, 안양시와 의왕시 등 4개 지자체와 함께 내실 있게 준비했다.

 

9일 저녁 능행차는 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 폐막식에 맞춰 수원화성에 도착했다. 국내 최대 퍼레이드는 연무대에 도착해 수원화성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며 47km의 긴 행진을 마쳤다. 221년 전 정조대왕의 능행차에 맞춰 수원 백성들이 성 안팎으로 잔치를 열며 국왕을 맞이했던 그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1795년 능행차는 국왕의 단순한 행차가 아닌, 7박 8일이라는 유례가 없는 긴 시간 동안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열면서 백성들과 그 기쁨을 함께 나눈 조선 최대의 행차였다고 할 수 있다. 국왕의 행차에 맞춰 백성들은 잔치를 벌이고 축제 분위기에 국왕을 맞이했다. 국왕에게 격쟁을 올리기도, 정조대왕은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자신의 이상(理想)의 도시인 수원화성에서 백성과 함께 축제를 즐겼다.

 

수원은 그때 그 당시의 모습을 이번 퍼레이드에 담았다. 능행차 구간 곳곳에서 상황극과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각 지자체를 지날 때마다 지역 유수(留守)가 정조를 맞이하고 백성들의 격쟁이 이어지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능행차의 현실감을 더했다. 

자객과 장용영(壯勇營, 정조의 호위군사)의 대적공방전은 그동안 시범 퍼포먼스를 보였던 무예 24기의 기술들이 실제로 적을 어떻게 무찌르고 국왕을 보호하는지를 잘 보여준 상황극이었다. 장안문에서의 ‘조선백성 플래시몹’ 등은 능행차의 축제적 분위기를 가미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는 이번 능행차 진행에 큰 힘이 되었다. 능행차의 시간대별, 장소별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효행등(孝行燈)을 밝히거나 능행차를 따르며 시민행렬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구경거리가 아닌, 시민이 함께 참여해 함께 이끈 축제였다.

 

수원시와 서울시의 노력과 각 지자체들의 협력, 시민들의 참여가 이번 정조대왕 능행차를 이끌었다고 분석된다. 완편 재현은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와 맞물려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차후의 능행차를 좀 더 내실 있게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화성 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훈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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