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전용이 최선인가?

한글날을 맞아, 우리가 한글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검토해 보자. 大韓民國(대한민국) 정부는 건국 이래 한글전용을 어문정책으로 삼고 있다.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세 가지 면에서 함께 생각해 보자.

 

첫째, 유네스코가 2013년에 오이시디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 成人(성인) 역량조사(PIAAC)’를 한 바 있다. 그 중 언어능력 비교에서 일본은 16~24세, 25~34세, 35~44세, 45~54세, 55~65세에 이르는 모든 연령대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한국은 16~24세 4위, 25~34세 6위, 35~44세 13위, 45~54세 20위, 55~65세 20위를 차지했다.

 

일본과 한국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언어능력은 국가의 어문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일본은 국한자혼용을 한다. 한국은 한글전용 한다. 바로 여기에서 저런 엄청난 차이가 온다.

 

둘째, 한자문화권의 노벨상 받은 숫자를 비교해 보자. 일본은 25명, 중국은 8명, 한국은 1명이다.

 

일본과 한국의 노벨 수상자 숫자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물론 일본이 한국보다 근대화가 먼저 되었고, 국력도 더 큰 것이 근본 원인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어문정책도 관련이 있다. 일본은 국한자혼용을 한다. 곧 일본은 한자어는 한자로 적는다.

그래서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다. 과학을 비롯한 학문은 정확성이 생명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잘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과학을 비롯한 학문이 발전한다.

 

한국은 한글전용 한다. 곧 한국은 한자어도 한글로 적는다. 그래서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한글전용은 문맥을 통해 ‘대충 적당히’ 의미를 파악하라고 한다. 이런 한글전용으로 엄정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셋째, 과연 世宗大王(세종대왕)의 뜻은 한글전용인가? 아니다. 세종대왕은 訓民正音(훈민정음)을 만든 뒤 지은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 ‘釋譜詳節(석보상절)’, ‘月印千江之曲(월인천강지곡)’을 모두 국한자혼용 또는 국한자병용 했다. 

곧 한자어는 반드시 한자로 적었다.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말은 正音(정음)으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글을 썼다. 이 말은 ‘한자어의 문자는 한자, 토박이말의 문자는 정음’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한자어를 한글로 적는 것은 문자를 적는 것이 아니다. 發音記號(발음기호)를 적는 것이다. 한글은 한자어의 발음만 나타낼 뿐 의미는 나타내지 못한다. 한자어 고유명사를 한글로 적어놓으면 아무 의미도 알 수 없다. 발음기호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어기본법’으로 한자어에 대해 문자(한자) 사용을 금지하고 발음기호(한글)로만 적게 강제·강요한다. 세종대왕의 뜻과도 전혀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이다.

 

결론이다. 한글전용은 올바른 어문정책이 아니다. 국민의 언어능력을 떨어뜨리고, 학문을 발전하지 못하게 한다.

 

이제 한글전용을 버리고 세종대왕이 가르쳐준 대로 국한자혼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창진 초당대 명예교수·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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