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만도 3,100여 명에 말 400여필이 행렬을 잇는다. 이제껏 수원시내에서만 진행된 축제를 지역경계를 허물고 범도시적으로 이어진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안양시, 의왕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전 구간 4개 도시의 상생협력을 통해 내실 있고 야심차게 대한민국축제의 새 장(章)을 연다. 축제의 성공여부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전적으로 결정한다.
우리나라 지역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축제 작성기준에서 제외된 축제까지 합치면 무려 2,000여개에 이른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는 축제는 몇 되지 않는다. 다 비슷비슷하고 지역 이름만 바꿔놓은 축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틀간에 펼쳐지는 서울?수원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이제껏 축제와 전혀 다르다. “220년 역사 속으로, 220년 희망으로”라는 슬로건으로 개최하는 세계적인 시민참여형 축제다. 단순한 능행차가 아니다. 눈으로만 구경하는 축제가 아니다.
시민들이 직접 당시 어가를 호위하던 의복을 입고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기물을 지니고 3km 정도를 걷는다. 시민들이 축제를 뜻깊고 화려하게 만드는 주인공이 되는 행렬이다. 수도권을 하나로 연결하는 대장정의 원형 복원이다. 소통하여 나누고 공감하자는 대의(大義)를 품고 있다.
첫날, 10월8일 창덕궁에서 출궁의식을 시작으로 배다리(舟橋)를 건너 노들섬에서 시민 배다리걷기체험, 정제공연 등이 이어지고 시흥행궁에서 첫날을 보낸다. 이튿날, 9일 안양역과 의왕시청 별관사거리에서 정조맞이와 격쟁(擊錚)과 상황극 자객 대적공방전이 벌어진다.
피날레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취타퍼포먼스, 장안문에서 수원유수 정조맞이, 황금갑옷 착장식, 행궁광장에서 격쟁, 공연 등이 이어지면서 연무대에서 용승천(龍昇天)퍼포먼스, 야조(夜操)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의궤에 바탕을 두고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국내 최대 퍼레이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성공적인 ‘능행차 공동재현’을 위해 수원화성 일원에서 각계각층의 사회단체, 시민 10,000여명이 참여하여 ‘정조대왕의 철학, 만인(萬人)이 품다.’라는 범시민 참여 캠페인을 벌리는 이유다.
능행차 시간대별, 장소별로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청사초롱 형태의 수원 효행등 밝히기, 능행차 후미(後尾)를 따라 시민행렬, 희망메시지 시민퍼포먼스,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愛民)을 공감하는 무예브랜드 ‘야조’ 공연을 관람하면서 마침표를 찍는다.
능행차 중간에도 시민 참여행사가 장안문에서 ‘조선백성 플레시몹(flash mob)’, 행궁광장에서 백성, 상인역을 맡아 ‘왕에게 바란다 이벤트’가 진행된다. 축제에 참여 기업이나 단체에 수원시장명의(名義)의 기념인 증서를 발급한다. 축제분위기를 살린 뜻이다.
성공적인 축제는 지역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현상인 동시에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무엇보다도 4개 도시가 함께한 이 축제가 철저하게 ‘백성과 함께 하겠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위에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정조대왕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대로 “행행(行幸)이 백성들에게 고통스러운 노역(勞役)의 현장이 아니라 임금의 은택이 베풀어져 행운(幸運)을 주는 능행차”가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조대왕 즉위 20주년을 맞아 조선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행렬인 화성행차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과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화성시 유릉을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전 구간을 220년만에 처음으로 ‘한 번에 재현하는 능행차’인데 화성시 융릉까지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김훈동 수원화성문화제 범시민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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