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끄러운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죄인이다. 아는 사람이 연관된 일이라고 눈 감고 귀 닫아 ‘보은 인사’라는 악습이 반복되도록 내버려 둔 나는 죄인이다.
지난 9월 23일 군포문화재단은 2016년 제2회 직원 채용시험 최종 합격자를 공고했다. 그 합격자 명단 제일 위에는 ‘계약직 가급 사무처장 한○근’이라고 쓰여 있었다. 제5~6대 군포시의회 의원이었고 6대 상반기 의장까지 했던 한 모 씨가 그 주인공이다.
2014년 6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얼굴 보기가 어려웠던 그가 뜬금없이 군포시 문화예술 전문가 집단인 재단의 사무처장으로 발탁됐다. 그런데 씁쓸한 사실은 10월부터 출근해 업무를 보게 될 한 전 의원이 재단에 자리를 잡을 것이란 이야기가 지난 9월 재단의 공채 시점부터 지역에 돌았고, 소문이 현실이 된 것이다.
원래부터 있던 자리에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해 임명한다면 환영할 일이나, 이번 사례는 그렇지 않아 문제가 많다. 군포문화재단은 3월부터 6월까지 ‘군포문화재단 조직ㆍ인력진단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이번에 한 모 전 의원이 차지한 사무처장 자리가 신설됐다. 올 초 20대 총선에서 시장이 속한 국민의 당 국회의원 후보의 사무장을 맡아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것에 대한 보은의 의미처럼.
시의회는 아직 해당 용역 보고서를 받거나 설명 듣지 못했고, 사무처장의 인건비와 관련된 예산을 승인한 바 없다. 그런데 문화재단은 용역 결과가 나오자마자 예산과 상관없이 빠르게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3개월 만에 적임자(?)까지 찾아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초에도 있었다. 2014년 11월에 진행된 ‘군포시시설관리공단 조직ㆍ인력진단 연구용역’의 결과로 경영기획실과 사업운영실이 생겨났으며, 그중 한자리가 김 모 전 도의원의 자리가 된 것이다.
김 모 전 도의원이 민선 6기 지방선거 때 김윤주시장의 선거를 발 벗고 나서서 도왔던 핵심이었다는 것은 지역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문화재단에 경영기획실과 사업운영실을 신설하고 김 모 전 도의원 포함 1인의 인건비가 예산으로 올라왔을 때 내가 용역결과에서 조차 신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은 두 개의 실을 신설 하는 것에 대해 따져 묻고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면 이번에 군포문화재단의 사무처장 자리를 이렇게 쉽게 신설 할 수 있었을까?
앞뒤 가리지 않고 시민만 보고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내가 시설관리공단의 인력채용과 관련하여 아는 사람이어서 곤란하다는 이유로 침묵하지 않았다면 이번 문화재단 직원채용처럼 전문성도 없고 관련분야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 사람을 사무처장자리에 채용하는 일이 쉽게 일어났을까?
군포문화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설립필요성에 대한 공감보다는 우려가 컸던 조직으로 6대 의회에서 인력채용과 관련하여 행정사무조사까지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조직이다. 설립때부터 제기됐던 인력채용과 관련된 불신을 거둬내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인력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옥상 옥의 결재자가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발로 뛸 사람이 필요한 조직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시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 당연함이 무시 또는 외면당하고 있다. 더구나 절차도 비정상이다. 조직 정비를 목적으로 의회에서 예산 심의를 받아 용역을 수행해 놓고, 결과에 대한 설명도 없이 사무처장 자리를 신설하고, 신속하게 채용까지 마쳐서 출근까지 시키고 있다.
신설된 문화재단 사무처장에 대한 임금을 의회에서 승인해 준 적도 없는데, 10월부터 출근하는 사무처장의 임금을 무엇으로 지출할 것인가?
어쩌면 다른 문화예술 사업에 지원돼야 할 재단 예산이 새로 채용된 누군가를 위해 전용돼야 할지 모를 일이다. 2017년까지 단 몇 개월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사무처장 채용이 시급했던 것일까? 문화재단에 사무처장이 없으면, 요즘 누군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비상시국이 되나? 나는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장측근들에 대한 ‘보은 인사’가 계속되는 그 상황을 비상시국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장측근들의 보은인사로 인한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동료의원들과, 시민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
성복임 군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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