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반복되는 쌀값 폭락 언제까지 지켜볼 텐가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기자페이지

박정임 문화부장.jpg
올 추석에 받은 선물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서 보내온 쌀과자다. 맛이 좋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는 때에 농심(農心)을 생각한 마음이 예뻐서다. 허기를 달래는 데도 그만이었다. 밀가루로 만든 과자에 비해 쉽게 부스러지긴 했지만, 우리 땅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거라는 장점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추수를 앞두고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쌀 농가들은 해마다 떨어지는 쌀값에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농협 등에 따르면 올 추석 이전에 생산돼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매한 조생종 벼(40㎏) 1포대 가격이 지난해보다 3천~4천 원가량 떨어졌다.

산지에서 여주 조생종 벼(40㎏) 수매가는 지난해 7만3천 원 하던 것이 올해 7만 원으로 3천 원 하락했고, 이천 RPC 역시 지난해보다 가격이 3천 원 내려간 6만7천 원에 수매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경기미 전체 평균가(20㎏)도 지난해 4만7천~8천 원 선보다 5천 원가량 내려갔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을볕이 좋은 데다 태풍도 비켜가면서 대풍(大豊)을 예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많은 418만4천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만생종 벼가 나오면 쌀 가격은 더 내려갈 게 뻔하다. 

햅쌀은 그렇다 치고 남아도는 쌀이 더 걱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쌀 재고량은 175만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143만t보다도 많아졌다. 경기도내 21개 미곡처리장 창고에만 2만1천700t의 쌀이 재고로 남아 있다. 

생산은 느는데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다. 지난 1985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8.1㎏이었는데, 2015년에는 62.9㎏으로 3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대신 밀가루는 통계가 잡힌 2012년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5kg으로 쌀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민의 식생활이 밀가루 의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벼 대신 콩 등 타 작물 재배와 농지제도 개편, 직불제 개선 방안, 고품질 쌀 생산촉진, 사료용 벼 재배,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포함한 ‘중장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절대농지’로 묶여 있던 농업진흥지역의 해제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공급과잉에 따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쌀이 남아도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영구적이어서 자칫 식량안보를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쌀 소비를 늘리는 거다. 그렇다고 국민을 향해 쌀 소비를 늘려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다. 이미 입맛이 달라진 세대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호소한다고 식생활이 바뀔 리 없다. 밥보다 과자나 빵, 특히 피자나 햄버거, 파스타 등을 선호하는 신세대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쌀을 이용해 개발하고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대세 프로그램인 ‘쿡방’, ‘먹방’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쌀을 이용한 음식이나 가공품을 자꾸만 보여주고 먹고 싶게 만들어야 소비가 이뤄진다.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처럼 기특한 생각을 한 기업이나 개인을 포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민들이 자식처럼 가꾼 논을 갈아엎는 모습을 매년 되풀이해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