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공작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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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은 ‘공작물’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인공적 작업에 의하여 제작된 물건을 의미한다. 예컨대, 건물, 전주, 축대 등은 물론이고 가구나 간판 등의 동산도 공작물에 포함된다.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르면, 이러한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어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공작물의 점유자나 소유자는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여기서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성질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을 말한다.

 

예컨대 주택의 외벽이 무너져 행인이 부상을 입었다고 하자. 그 주택은 갑의 소유인데 갑이 이를 을에게 임대하여 사고 당시에는 을이 위 주택에서 거주하면서 이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을은 행인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거주하고 있던 건물의 외벽이 저절로 무너졌을 뿐이다. 그런데 건물의 외벽이 무너졌다는 것은 건물이라면 통상 갖추어야 할 객관적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것에 해당한다. 우리 법은 이 경우 건물의 점유자인 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을이 평소 주택의 안전성 및 하자 유무를 수시로 점검하고 건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는 점이 증명된다면(이 부분의 증명책임은 을에게 있다), 을은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우리 법은 이를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 만일 을이 이 점을 입증하였다면, 피해자는 더 이상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경우에는 위 건물의 소유자인 갑이 손해배상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서 갑이 부담하는 책임은 이른바 위험책임의 법리에 따른 무과실책임이다. 따라서 갑이 평소 건물 관리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갑자기 외벽이 붕괴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갑을 면책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 아마도 입법자들은 이러한 사건의 경우 통상 임차인보다는 소유자가 재력이 풍부한 경우가 많을 것임을 전제로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하여 두었을 것이다.

 

과거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었다(대법원 판례 사안으로서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함). 갑은 4층짜리 건물의 소유자이고 을은 위 건물 중 3, 4층을 영업하여 여기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을은 갑의 동의를 얻어 건물 3, 4층 부분의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위 간판이 떨어지면서 마침 위 건물 주변을 지나고 있던 행인을 강타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행인은 갑과 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였다. 이처럼 이 사안은 건물의 일부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건물에 부착한 간판이 떨어진 사안이다. 우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우선 위 건물에 부착한 간판도 공작물이다. 그런데 위 간판은 을이 설치한 것으로서 을이 점유자인 동시에 소유자이다. 을은 위 간판이 갑자기 추락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을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갑은 어떤가. 이 사건에서 갑은 본인은 문제의 간판에 대한 점유자도, 소유자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간판이 아니라 건물을 문제 삼았다. 즉 위 건물과 같은 공동건물의 외벽은 공용부분으로서 임대차 관계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소유자인 갑이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안의 경우 위 건물의 외벽은 무거운 간판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건물 주인 갑은 간판이 아니라 건물 외벽의 점유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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