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악성 민원은 이제 그만

얼마 전 소셜커머스 환불규정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소비자가 있었다.

 

소셜커머스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취소하면 반품전에 환급받는 점을 악용해 1억 5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이 규정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억지주장을 하는 소비자들을 ‘블랙컨슈머’라고 한다.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란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말로 기업, 상담기관,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개인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되는 사례를 보면 블랙컨슈머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본인이 피해본 사실을 과하게 주장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정도를 넘는 보상을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상담원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기도 한다.

 

통신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다짜고짜 폭언하는 소비자, 제품을 사용하다가 다른 곳보다 비싸다며 반품하겠다는 소비자, 음식물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며 상식이상의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동일한 내용으로 소비자상담센터나 행정기관에 수개월간 다른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반복민원을 제기하는 악성민원인도 있다.

 

악성민원인은 대다수의 기업 담당직원들이나 소비자상담원, 행정기관공기업 민원담당 직원의 근무의욕을 떨어뜨린다. 선량한 소비자나 정당한 시민에게 돌아갈 유용한 상담정보와 행정서비스를 빼앗는 행위다. 심각한 경우 담당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치료를 받거나 심지어는 조직을 위해 부당한 징계를 받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이제 소비자 스스로의 의식 개선, 행정기관이나 기업의 대응방법 개선, 그리고 악성소비자로부터 서비스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할 때다.

 

지난해 한 외식업체에서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라는 것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은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라는 것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기도 했다. 행정기관이나 공기업의 민원처리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윗사람 바꾸라고 큰소리치면 적당히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고 현장의 담당자들이 오히려 질책을 받는 지금까지의 응대방식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제도적으로도 감정노동자보호를 위한 법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시나 경기도에서 감정노동자 관련 조례를 시행하거나 제정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의식이 악성소비자, 갑질고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비자냐 사업자냐를 떠나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고, 소비자 스스로도 소비자기본법에 명시돼 있듯이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소비자가 돼야 할 것이다.

 

지난 1일 갑질 횡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있었다. 악성, 갑질 소비자는 단호하게 퇴출시키고자 하는 이런 흐름을 기업이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선량한 소비자의 정당한 소비자권리 행사는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소비환경과 기업문화를 기대한다.

 

손철옥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수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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