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요금은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취지는 논리적이다. 그래서 하수사업특별회계를 설치하여 일반회계와 분리하고 수지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원가 계산을 하고 이에 근거하여 요금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립채산을 적용하도록 하여 자체 수입으로 자체 비용을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원가 대비 요금을 35% 수준으로 부담한다는 것은 사업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인상하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원가, 비용, 요금의 관계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하수도 사용료는 원가를 보상해야 한다는 차원과 모든 시민이 사용해야 할 보편적 서비스이기에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간 하수도 사용료가 낮게 책정되었던 이유이다. 하수 사용료가 이용자 부담이긴 하지만 전체 주민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공공재의 대가라면 그것은 사실상 세금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총괄원가 계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서비스 원가의 구성 항목을 보면 영업비용에 자본비용 그리고 영업외 비용을 더하고 있다. 농촌 지역의 현실화율이 더욱 낮은 이유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지 못한 농촌 지역의 경우 투자비가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의 사용료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그러나 하수 사업이 다른 공기업과 달리 지방직영기업으로 공무원이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자비는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논거가 된다.
최근 안성시에서는 하수도 사용료 재검토를 위해 시민사회와 행정부가 치열한 노력을 하였다. 시민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민자사업개선추진단을 통해 BTO 사업으로 추진했던 하수 사업을 재정 직접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20년간 1천240억 원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하수사용료조정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자비는 제외한 유지관리비만 비용으로 계산하여 이를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준으로 요금을 재조정하는 노력을 하였다. 재정 전문가로서 위원장 역할을 하면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총괄원가가 아닌 논리로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은 투자비는 제외한 관리비만 부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회계 관점과 재정정책 관점을 연계한 새로운 논리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용료 재검토의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를 통한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상·하수 사용료의 수준을 논의하기 전에 비용 구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인건비를 전액 포함하고 있지만 인력이 과잉 투입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이 필요하다. 민간 위탁에 따른 비용 증가의 우려도 의미가 있다. 과도한 이윤 보장, 인건비 과다 지출 등을 검토해야 한다. 민간 위탁 이후의 품질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상수도 요금은 계량기를 통해 측정하여 부과하지만 하수도 사용은 별도로 측정하지 않는다. 상수도 사용에 연동되어 부과되고 있다. 그러나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하수량을 줄이면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부담을 절감시켜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구간별 요금 구조의 설계와 아울러 절약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싸다 vs 비싸다’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비용과 요금을 합리적으로 분석하여 설계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요금의 설정 과정은 한국 지방행정의 합리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원희
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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