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한 평생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첫째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5년간 사랑에 눈먼 아내!
아내 자랑을 하는 사람을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아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와 내 아내와의 만남은 사랑에 눈먼 사람들의 만남이었다. 나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아내를 따라다녔지만 내 아내도 나에 대해서 눈이 멀었던 게 분명하다.
아내는 나보다 키가 5㎝나 더 크다. 성격도 활발하고 일 처리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반면에 나는 키도 작을 뿐 아니라 결혼 당시에는 몸도 왜소하고 매사에 소심한 편이었다.
결혼식 날 키를 맞추려고 굽 높은 구두를 맞추어 신을 정도로 신경을 썼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 친구들이 발판을 가져다주면서 짓궂게 장난을 했던 것을 보면 누가 보아도 키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내와 만나 결혼하고 살아온 세월이 어언 35년. 하나님의 은혜로 삼 남매 낳아 잘 자라게 하셨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나에게 키가 작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아내를 나는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며칠 전 궂은 비가 내리던 날. 세탁소에 다녀온 아내가 짜증을 내고 중얼거린다. 몇 년째 다니는 단골 세탁소에서 옷을 바꾸어 주었다는 것이다. 세탁소 아줌마를 들먹이면서 비는 오는데 세탁소에 어떻게 또 갔다 와야 하느냐면서 세탁소에 전화를 걸어서 가져다 달래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옷이 바뀌었느냐고 물으니 내 바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들고 있는 바지는 분명히 내 바지가 맞았다.
“그 옷 내 바지 맞는데?” 그때 아내가 충격적인 말을 한다.
“당신 바지가 왜 이렇게 짧아요?”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 여자가 이제 눈이 떴구나. 지금까지 사랑에 눈멀어 안 보이던 작은 키가 보이는걸 보니 멀었던 사랑의 눈이 떠진 것이 분명하다. 그날 나는 솔직히 금식하며 기도했다.
“오, 주여, 아내의 눈을 멀게 하소서!”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순적이 들어주셔서 지금껏 무탈하게 살고 있다.
기독교의 핵심 진리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은 분명히 사랑의 눈먼 분이다.
하나님이 어떻게 나를 사랑하셨다는 말인가! 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 못난 것을 사랑하셔서 나를 위해 이 땅에 아들을 보내시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하시고 구원의 은혜를 주셔서 주님의 자녀 삼아 주셨으니 사랑에 눈머신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사랑은 키 작은 것만 못 보신 것이 아니다. 수백수천 가지 결점과 흠을 못 보시고 나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시고 용납해 주셨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이 깊어지고 은혜가 많아지면 눈물이 많아진다. 아니 주님 사랑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러나 내가 주님 사랑하는 그 사랑이 주께서 나를 향해 쏟으신 눈먼 사랑에 비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유난히도 하늘이 높고 푸르다.
반종원 수원침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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