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것 아니면 남의 밭머리 개똥도 안 줍는다

옛 속담에 ‘내 것 아니면 남의 밭머리 개똥도 안 줍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내 것이 아니면 눈길조차 주지 말라는 말이다. 공직자는 모름지기 내 것과 남의 것을 철저하게 구별해야 한다. 

공직자가 어떠한 유혹에도 빠져들지 않고 떳떳하게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에는 절대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것이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필자는 1980년 공직에 입문했다. 당시에는 부패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분명하지 않았고 부패방지 체계가 거의 없었던 탓에 공직자들의 청렴의식이 매우 부족했었다. 비단 공직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어언 36년이 지난 지금은 높아진 국민의식과 바뀐 사회분위기가 반영되어 공직자들의 청렴의식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사라지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확대 보도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공직자가 같은 부류로 취급받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시행한 2015년 부패인식도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57.8%가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공직자들 스스로가 응답한 공직사회의 부패 인식도는 3.4%에 불과하다.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과 공직자간의 인식 간에 그만큼의 먼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오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다. 혈연, 지연, 학연을 끌어들여서, 또는 힘 있는 자리에 있다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던 각종 청탁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공무원이 또는 공무원에게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선물, 식사, 경조사 등이 전면적으로 규제 대상에 오른다.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제삼자를 통한 부정청탁 행위나 금품 등 수수행위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의정부시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과 더불어 강력한 청렴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말 전국 최초의 ‘고위공직자 청렴대책 심의조직’인 청렴특별추진단을 발족했고, ‘청렴혁신 청탁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부패행위자 원스트라크 아웃제 시행, 부패신고 핫 라인 신설 등 체감할 수 있는 청렴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공무원행동강령시행규칙 개정을 통하여 퇴직공무원 및 직무관련자와 사적 접촉을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청렴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법이 강력하다고 해서 부패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이 없어서 불합리한 행위를 방치한다면 썩은 부위는 더욱더 크게 번지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관행으로, 정으로, 인연으로 행해지는 행위에 대해 관대하게 대해 왔다. 

고위공직자들은 청탁행위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고, 부자들은 인맥과 돈을 이용한 청탁행위를 통해 법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왔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청탁과 접대를 당연하게 느끼는 부패 무감각증에 빠지게 되었다.

 

필자는 공직생활 시작부터 남의 것, 남의 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어 왔다. 술 한 잔을 마셔도 내 돈으로 계산했고 업무관계자와는 어떠한 부적절한 자리도 하지 않았다. 

부족한 실력으로 부시장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공직자의 기본자세를 지키며 항상 정직하고 청렴하려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내 것이 아니면 남의 밭에 개똥이라도 욕심부리지 않는 공직자가 이 사회에, 경기도에, 의정부시에 더욱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홍귀선 의정부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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