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귀향 대신 학원으로… 취업준비생, 학생 등 명절에 스터디 계획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김모씨(28ㆍ여)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명절 기간 내내 함께 카페에서 공부할 스터디 모임을 직접 만들었다. 지난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씨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사촌들의 취업 성공기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시험을 놓치면 내년 상반기까지 낙오된다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명절에 가족,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도 싶지만 ‘언제 취업할 거냐’는 친척들의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공부에 올인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가운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 추석은 특히 주요 대기업의 공채 일정과 맞물려 있어 취준생들 사이에서 연휴는 ‘먼 나라 얘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SK, 한화 등 상당수의 대기업 공채 접수가 오는 20~30일 사이에 마감되고, 다음달 1일에는 경기도 지방직 7급 공무원 필기시험도 예정돼 있다. 취준생 박모씨(27)는 명절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공채에 대비해 자기소개서를 30개 이상 작성해 놓은 것도 모자라 명절 기간에 함께 공부할 사람들도 모집했다. 

박씨는 “연휴라 사람을 모으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틀 만에 모집 인원이 다 찼다”면서 “취업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기업 공채를 앞두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책을 더 보기 위해 취준생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또 노량진 학원가 등에서 준비한 추석 특강 가운데 일부는 일찌감치 접수가 마감되면서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대변해 주고 있다. 양한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워낙 심해지다 보니 온가족이 함께 보내는 명절이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며 “취업난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돌리지 말고 기업, 관료 등 사회 전체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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