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버스 교통안전 강화대책’ 제도화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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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5중 추돌 사고로 20대 여성 4명이 사망하는 등 총 4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사고는 1차로를 운행하던 관광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전방주시 태만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서 진행하던 승용차를 추돌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5개 분야, 15개 부문, 36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수년전부터 전세버스의 높은 사고 치사율 문제로 인해 각종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정책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봉평터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왜 이와 같은 전세버스 대형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첫째는, 사업용자동차 운수종사자의 자격기준과 운수회사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운전자는 과거에 음주운전 등으로 인해 3번이나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으며, 사고 운수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고작 800만원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은 낮은 운전자 자격기준과 운수회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고를 초래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제라도 운수종사자와 운수회사에 대한 합리적인 자격기준과 벌칙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전세버스에 대한 교통안전점검의 내실 저하를 들 수 있다. 전세버스는 전국을 사업범위로 하는 관계로 대부분 등록지역을 벗어나 운행하는 관계로 최고속도 제한장치 해제 및 불법 구조변경 등 차량에 대한 점검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전세버스 점검은 주사무소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업소와 영업소에 등록된 차량은 점검의 사각지대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전세버스에 대한 교통안전점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겠다.

 

셋째로는, 운수종사자에 대한 적정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못한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세버스를 비롯한 사업용자동차 운수종사자만을 대상으로 특별히 준수해야 할 법정 근로시간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EU,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별도의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두어 최소 휴식시간과 최대 운전시간 등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임을 되새겨서 평균수면시간과 운전시간 등을 제한하는 합리적인 규정 마련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전세버스 등 사업용자동차 교통안전점검과 관련하여 비효율적인 행정체계 문제를 들 수 있다. 운수회사 등에 대한 교통안전점검은 ‘교통안전법’에 의거 인면허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토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교통안전보다는 인면허 업무에 치중하고 있고, 대신에 교통안전공단이 지자체의 운수회사 점검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수회사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체계의 조정이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많은 운전자들이 대형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봉평터널 중대사고에 따른 정부의 전세버스 교통안전 강화대책은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인식해야 한다. 일회성 판박이 대책에 머물지 않고 실효성과 지속성을 갖도록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관련 법령의 규정을 현실적으로 개정하는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수교통안전공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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