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에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층이 몰리고 있다. 빠른 명예퇴직과 힘든 재취업 등 불안정한 고용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만큼,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3일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구직자의 아르바이트 구직 이력서 등록 건수는 2만4천682건이다. 지난 2010년 3천232건과 비교해 5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패스트푸드업체와 편의점 등에서도 50대 이상의 아르바이트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 맥도날드는 55세 이상의 ‘시니어크루’ 320명을 고용해 시간제 매장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알바천국에서 도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채용 공고는 총 6천498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3천274건)이 50대 이상도 응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향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만큼 전문가들은 청년층 아르바이트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은 “구직 기회가 많은 젊은 세대와 비교해 구직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없는 중장년층이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로 몰리는 것은 씁쓸한 현상”이라면서 “젊은 세대가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겪는 근로기준법 미준수, 인격 모독 등 부작용을 중장년층이 그대로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장년층 일자리에 대해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실업크레딧(비자발적 실업으로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어 보험료 납부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본인이 보험료 납부를 희망할 경우, 본인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25%만 내면 국가가 나머지 75%를 지원해주는 제도)’과 같이 퇴직 등으로 생계가 불안정하지 않도록 고용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조기 퇴직이 되는 현실에 비해 실업급여 등의 제도가 부족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만큼, 실업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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