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위 소송을 계속하고 있는 사이에 정작 을은 위 건물을 병에게 무단으로 전대하고서 퇴거하였고, 임대인 갑은 이러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경우 갑으로서는 을에 대한 명도청구소송의 승소판결을 이용하여 판결의 상대방이 아닌 병을 상대로 건물에서 강제로 나가게 할 수 있을까.
이는 병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한 때가 갑과 을 사이의 명도청구소송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이나 후이냐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확정판결은 당사자와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기 때문이다.
병이 갑이 을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청구소송의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였으면, 병은 위와 같이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에 해당하고, 갑은 을에 대한 승소판결로 병에 대하여 승계집행문을 발급받아 강제집행을 하여 병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병이 위 소송의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였으면 병은 ‘변론종결 전의 승계인’에 해당하여 갑과 을 사이의 판결은 병에게 미치지 않고, 갑은 을에 대한 판결로 병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점유이전금지가처분신청이라는 제도가 있다. 갑이 점유자가 을에서 병으로 바뀌기 전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받아 두면 그 이후에 점유를 이전받는 병은 가처분채권자인 갑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점유자가 바뀌더라도 을을 상대로 한 판결이 병에게도 효력이 미친다.
갑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집행을 하면 법원에서 나온 집행관은 해당 건물을 방문하여 ‘채무자는 점유를 타에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등의 집행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건물 내부에 붙인다.
또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받은 채무자가 집행관이 건물에 관하여 가처분을 집행하면서 ‘채무자는 점유를 타에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등의 집행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이 사건 건물에 부착한 이후에 제3자로 하여금 건물을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 가처분채무자의 행위는 위 고시문의 효력을 사실상 멸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고, 형법 제140조 제1항의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할 수 있다. 위와 같이 갑이 을을 상대로 한 승소판결로 승계집행문을 발급받아 병에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할 수 있다.
만일 갑이 명도청구소송 중 병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전에 미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집행하지 못하였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갑은 새로이 병을 상대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든지, 아니면 민사소송법상 소송인수신청에 의하여 병을 소송에 포함시켜서 직접 병을 상대로 한 승소판결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국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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