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전투복 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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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2016년의 8월, 무더위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요즘 자연스레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나곤 한다. 지난해 8월 20일, 북한의 포격도발로 우리 대대에서 대응사격을 실시했던 그 ‘8·20완전작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고 심장이 뛴다.

 

당시 북한의 기습 포격도발로 실제상황이 발령되어 자주포 안은 평소와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무전기를 통해 사격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포반인원들은 굳은 얼굴로 ‘우리는 죽어도 임무와 남은 탄약을 다 소모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탄약을 장전했다.

 

사격명령이 떨어지자 나와 자주포 안의 용사들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끈을 당겼다. 첫 포탄 1발이 북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고 그와 동시에 발생한 엄청난 양의 먼지, 장약을 연소하며 생긴 가스가 포반 내부를 휩쓸었다.

나는 목이 찢어져라 “괜찮아,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는 말을 수없이 외치며 포반인원들을 독려했다. 또한 무전기를 통해 들려온 포대장의 “모두 잘하고 있다. 조금 더 힘내자”는 독려의 목소리도 큰 힘이 되었다. 우리 포반인원들은 사격절차대로 완벽하게 두 번째 포탄도 목표한 지점에 사격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 나는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간부 현장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전투현장에서 부하들이 두려워할 때 리더인 간부들의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 전문지식은 부하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다.

 

두 번째는 ‘전우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내가 포반장이라 해도 내 옆에 전우들이 없었다면 작전은 실패했을 것이다. 전우를 믿고 서로 맡은 제 역할에 충실하며 단결력을 발휘해 정확하고 단호히 사격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훈련의 중요성’이다. 우리는 8·20완전작전을 통해 임무수행능력이 향상된 것이 아니다. 

평소 1일 2회 이상의 끊임없는 비사격 훈련과 한계를 모르는 주특기 훈련을 통해 긴급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임무수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RAP(사거리 연장)탄과 각종 제한사항을 극복해 작전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를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며 다시금 긴장이 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 부대는 실전 상황을 겪으면서 더욱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북한이 재차 도발을 감행하여 나에게 임무가 주어진다면 나는 지난해보다 100배, 1천배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전투복을 입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로서 우리나라를 적으로부터 지켜낼 것이며 어떠한 일이 닥쳐도 이겨낼 것이다.

 

황영롱 26기계화보병사단 백호대대 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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