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공연한다고 해서 왔어요.”
매주 토요일 오후 저녁에 장안문 옆 공원에서 ‘예술 나드리’ 공연을 개최하였습니다. 그런데 7월 초부터 장마철이 시작되자 공연하는 날, 비가 올까봐 매주 걱정해야만 했었습니다.
어느 날은 새벽에 비가 쏟아졌지만, 오후 시간에는 오히려 공기가 깨끗하고 쾌적하였습니다.
지난달 9일은 올해 공연 마지막 날인데, 비가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렸습니다. 텐트를 쳤습니다. 무대에도 치고 객석에도 쳤습니다. 바람이 불면 텐트 끝 부분에 비가 조금 들이치기도 했지만, 공연을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연자들이 신이 나서 열창을 하였습니다. 관객들이 열광하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텐트를 치고 하는 야외 공연의 촉촉한 분위기가 오히려 신바람을 나게 해서 마치 어렸을 때 소풍을 나온 기분 같았습니다.
비엔나, 쾰른, 파리, 로마 등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에서 유학을 한 정상급 남녀 성악가들의 고음 화성에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속이 탁 트여하시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좋아하실까?
“할아버지 즐거우셨어요?”
“공연장 가기가 어려워서 못봤지. 나도 이런 공연 좋아해.”
“ 고마워요. 공연해줘서.”
“비가와도 감사해서 나왔지.”
아하! 재미있는 것만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좁은 편견에 불과하였습니다. 수준 높은 공연은 대중가요든지, 클래식이든지, 국악이든지 혹은 무용이든 누구든지 좋아하기 마련인가 봅니다. 소녀처럼 얌전히 앉아서 무대를 주목하시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셔서 애기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쳤습니다. 말하자면 기립 박수였습니다. 수준있는 입장료가 비싸고 유식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착각입니다.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분명히 멋진 팬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고춤, 풍물, 댄스 등 실력을 공고히 다진 전문가팀이 출연하니 무대가 묵직하게 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중들이 예리한 눈빛으로 관찰하다가 열광을 하니 공연자들이 더욱 신들린 듯이 몸짓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술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공연을 하는 사람과 관객이 서로 같은 느낌, 같은 감정이 북받치면서 공연장의 열기가 용트림하며 타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 부모세대는 갖은 고생를 겪으며 살아왔는데, 그 노고(勞苦)가 튼튼한 기반이 되고 그간 부단히 애를 써서 이제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부강한 나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휴식과 힐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바쁘게 일에만 몰두하며 사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보다 넓게 사유(思惟)하고 보다 깊게 각성(覺醒)할 수 있는 환경과 이에 대한 배려(配慮)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정책적으로 국민들이 적절히 휴식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배려(配慮)하고, 예술가들의 감성(感性)과 다져진 기량(技倆)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영역에서 새로운 역할들이 창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히 클래식도 좋아 하시는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도 공평하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공연장소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기회를 좀 더 만들어드려야 하겠습니다.
전애리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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