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중국 마오타이酒와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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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나라 때 건륭제 밑에 화곤(和坤)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고 그를 둘러싼 부정부패는 날로 원성을 자아냈다. 가령 전쟁에 나가 많은 병력을 잃고 패배한 장군이라도 화곤에게 뇌물을 바치면 ‘패배한 장군’이 아니라 ‘승리한 장군’으로 황제에게 보고되어 훈장을 받을 정도였다.

 

이렇게 중국의 부패는 뿌리가 깊다. 장개석이 중국대륙에서 쫓겨나 대만으로 물러난 것도 마오쩌둥(毛澤東)의 전략보다 군부의 부정부패에 있었다. 미국에서 건너온 뛰어난 무기들이 다음 날이면 공산군 진영에 들어갈 만큼 체계가 엉망이었다.

 

지금 중국 대륙을 차지하고 있는 공산당 정부 역시도 부정부패가 극심해 위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지난번 쓰촨성 지진 때 학교 건물 6천9백여칸이 무너져 1만명의 어린이가 죽었다. 조사 결과 시교육청에서 뇌물을 받고, 부실공사를 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와같은 부정부패는 곳곳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심지어 군부대에 지급된 무기들이 고철로 분해되어 유출되고 대형사업을 하려면 뇌물 없이는 되는 게 없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진핑 주석이 ‘토끼에서 호랑이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야심만만하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을 비롯 고위 부패 관료 99명을 숙청했다. 그리고 지금도 ‘토끼에서 호랑이까지’의 부패 관료와 당원들에 대한 ‘사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그물을 벗어나는 묘책들이 진화하고 있어 중국 지도부의 고민이 크다.

시진핑 주석이 공직자들의 허례허식을 줄이고 근검절약하자는 강력한 지침에 의해 공직자의 접대는 물론 일반 식탁에 ‘사채일탕(四菜一湯)’이라 하여 채소 네가지에 탕 1개를 넘어서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식탁 아래에 요리접시를 감춰놓고 식탁 위의 접시가 빌 때마다 그것을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사채일탕’을 지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공직자들에게 금지된 최고급 술, ‘마오타이’를 마시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값이 싼 술병에 ‘마오타이’를 부어 마침 저렴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위장을 한다는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의 대책이 개발되는 것이다.

 

역대 중국의 제왕들로부터 부패 척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 심지어 명나라 태조 주원장 같은 이는 부패 공직자의 가죽을 벗겨 관청에 전시를 하는 잔혹한 방법까지 동원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지금 ‘김영란법’의 합헌 판결로 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논란의 핵심은 왜 국회의원과 사회단체는 제외되었는가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농수산물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법 조항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는 방책이 벌써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중국에서 싸구려 술병에 ‘마오타이’술을 따라 마시는 것과 같은 현상이 우리에게서 벌어진다면 ‘김영란법’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의 조항을 철저히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패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다. 비리에 대해 좀 관대한 유교문화권, 특히 중국과 밀접한 문화의식을 갖고 있는 우리 역시 중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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