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멸망 전후 1천799명 이주… 韓日 교류 상징
올해는 히타카시의 옛 지명인 ‘고마군(高麗郡)’이 건군 된 지 13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날 13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것이다. 고마군은 고구려 왕족인 약광(若光) 등 고구려인 1천799명이 고구려 멸망을 전후해 일본에 이주, 이곳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지역으로 우리 역사에도 큰 의미가 있는 곳이자 한국과 일본의 교류 상징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많은 국민이 고구려는 북한지역과 만주지역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경기도 역시 고구려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구리시의 경우 지난 1994년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일대를 조사해 고구려시대 보루 17개소를 발견해 냈고 그곳에서 2천여 점의 고구려시대 유물들이 출토되기도 했다.
■ 1300년 전 고구려인을 재현하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5월21일 히타카시를 방문, 한일 교류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마군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남 지사는 히타카시 문화체육관에서 고마군 건군 1300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이곳, 고마신사에서 정상회담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중국, 일본을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이 중간에 끼어 있는 것 같지만 미국 등 세계로 시각을 넓히면 한국과 일본은 함께 해야한다”며 “그 협력의 시작을 히타카시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타마현의 작은 도시인 히타카시는 면적은 47.48㎢, 인구는 총 5만 6천여 명이며 농업과 관광업이 도시를 지탱하는 주된 산업이다.
히타카시는 주민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줘 젊은이들의 유출을 막고 도시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2년 전부터 고마군 건군 13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히타카시는 130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2년 전부터 각종 포럼과 세미나를 20여 회 이상 진행해 왔으며 130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히타카시는 130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로 ‘무지개 퍼레이드’를 준비했는데 고마군으로 이주했던 1천799명을 기리는 의미를 갖고 있는 이 퍼레이드에는 3천여 명의 주민이 직접 고구려 의상을 제작해 입고 퍼레이드에 참가, 그 의미를 더했다.
■ 1300년의 세월 ‘시간’과 ‘사람’, ‘음식’, ‘꽃’과 연계
히타카시의 고마군 1300주년 프로젝트는 단발성 계획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검토되 진행된 사업이다. 히타카시는 이 사업을 지난 2011년 수립된 ‘제5차 히타카시 종합계획(2011년~2015년)’ 안에 포함시켜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히타카시는 1300주년 기념식이 단순히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시간’ㆍ‘장소’ㆍ‘사람’ㆍ‘음식’ㆍ‘꽃’을 연계해 정책을 추진했다.
먼저 시간과의 연계는 선조들이 구축해 놓은 유구한 역사를 후세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특히 아이들에게 고마군에 대한 역사적 교육을 진행했다. 장소와의 연계는 과거 고마군이었던 히타카시 인근 지자체와 연계해 고마군 관광 루트를 개발하고 과거 고마군 영역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전거 길을 선정해 집중 홍보했다.
사람과의 연계는 고마신사 등 고구려 관련 문화유산을 핵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 시민과 관광객 간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또 주민들에게 중국어, 한국어 등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 고마군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였다.
마지막으로 꽃과의 연계는 매년 가을마다 히타카시에 500만 그루가 피어 장관을 이루는 석산(만주샤게)과 국화 등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꽃 명소에 고마군 1300주년 홍보를 해 관광객들에게 기념사업을 홍보했다.
히타카시 관계자는 “130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단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히타카시는 1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년 전부터 기획했고 본격적으로 2014년부터 사업을 실행했다.
추진 당시에는 많은 주민이 고마군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홍보와 포럼, 세미나 등의 개최로 인지도를 높였다”라며 “기념행사의 목적은 히타카시에 대한 애향심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고구려 의상을 만들어 입고 퍼레이드를 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사업들을 많이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고마군
이에 일본은 약광에게 벼슬을 줘 조정에서 관료로 일하게 했으며 이후 716년께 일본 내 7개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 1천799명의 고구려인이 무사시노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새롭게 고마군을 설치하게 됐고 약광은 초대 군장으로 부임했다.
약광을 비롯한 고구려인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미개발지였던 고마군을 개척해 나갔고 약광 사망 후 고마군 주민들은 약광을 기려 고마군 수호신으로 받들게 된다. 이것이 고마신사의 창건 유래이다.
△ 위치 : 당초 고마군은 현재의 히타카시와 항노시를 중심으로 설치됐으며 중세부터 에도시대를 거쳐 군지역이 확대, 쯔루가시마시 전역과 카와고에시, 이루마시, 사야마시의 일부까지 포함됐다. 지금도 이들 지역의 오래된 돌비석이나 길 이정표 등에는 고마군이라는 문자가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지금도 남아있는 고구려인의 문화 : 히타카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고구려 관련 문화는 ‘고마신사’이다. 고마군의 초대 군장인 약광을 기리기 위한 고마신사는 약광 직계 자손이 대대로 주지를 맡아오고 있다. 인근에는 약광이 안치된 쇼덴인(성천원)이라는 사찰도 있다.
또 히타카시 내에서는 최근까지 고마군과 관련된 문자가 새겨진 토기와 허리띠 등의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며 고구려 문화였던 양잠, 밀 생산,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기사 등의 문화도 히타카시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호준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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