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활동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 과감하게 풀어야”
강석진 회장(76)은 대한민국 전문 경영인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세계 경영계와 학계에서 아직 글로벌 경영의 개념이 없었던 시절인 1980년대 초, 강 회장은 이미 미국의 대표 기업인GE(General Electric Company) Korea 회장으로 활동하며 GE의 한국사업 경영을 총괄했다.
그는 잭 웰치(Jack Welch) 당시 GE 회장과 고위 경영자들을 설득해 한국 기업들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와 합작투자 회사설립 운영을 통해 GE의 선진 산업기술을 전파하는 등, 한국 산업의 선진화에 기여했다. 잭 웰치 회장은 강 회장의 이러한 세계 경영 접근 방식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글로벌 경영이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의 핵심과제가 됐던 90년대 초, 잭 웰치 회장이 한국 GE의 경영모델을 GE 전체 사업의 세계화 모델로 선택한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화 경영의 새 지평을 연 전문경영인 강 회장으로부터 오늘날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받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 재구축 시급
지난해 시작된 유가하락은 세계 경제를 어렵게 했고,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산유국의 어려움과 함께 그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조선 해양 플랜트 산업들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 저가 제품의 세계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중국은 이제 첨단 부품, 소재산업과 전자산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 등 중공업 분야에서 한국의 주요 경쟁국가로 등장하면서 한국의 수출산업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의 과감한 엔저 정책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그야말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은 이같은 위기는 단 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더 이상 대응전략을 지체 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해결방안을 물었다. 한국의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 온 핵심역할을 해온 우리의 기업들은 기존의 핵심역량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이들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면서 과감한 기술혁신과 개선을 통해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차별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기존의 핵심역량사업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하더라도 새로운 세계경쟁구도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존의 핵심 사업과 전략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는 첨단 기술사업과 인수합병하거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창조적으로 융합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재구축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면서 “이를 통해 기존의 핵심역량사업과 차별화된 강력한 미래성장 사업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기술과 창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융합해 신 성장동력 사업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래를 위한 신 성장동력 사업개발을 위해서는 신 기술개발의 리스크를 안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므로, 정부는 신 성장동력 사업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산업개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창조적인 서비스 산업 개발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급변하는 세계경제, 창조적 융합의 지식산업사회 구축 우선돼야
현재의 글로벌 산업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물었다. 그는 “오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선진 세계의 산업은 첨단 과학과 기술, 정보통신, 경영과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지식분야가 창조적으로 융합돼 가는 새로운 산업사회의 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국은 전자산업과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을 핵심 수출산업으로 주력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핵심 수출산업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급변하는 새로운 경쟁구도에서 지속적인 국가경쟁력 유지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급성장을 해 오면서 겪어 보지 못한 심각한 국가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 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 정부와 정치권, 한국의 산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산업환경, 경영환경을 구축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한국의 경제계와 산업계 그리고 정부는 첨단 과학과 기술, 첨단정보통신,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지식분야가 창조적으로 융합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벽이 없는 열린 사회문화 산업사회를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소통이 어려운 산업ㆍ사회구조와 관료적인 정부정책, 지난 수년간 본연의 역할을 망각했던 무용지물의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권만으로는 새로운 세계경쟁구도 속에서 현 위치를 유지하며 존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 늦기 전에 가장 소중한 국가의 지적자산인 모든 사람들의 두뇌와 아이디어를 동원, 창조적인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산업화로 연결하는 창조적인 지식산업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적인 지식산업사회가 새롭게 개척해야 할 다양한 산업 분야가 있다”면서 “그 중 몇가지를 예로 든다면 첨단 테크놀로지가 연결된 서비스 산업으로, 그 중에서도 한국의 가장 강점 중 하나인 IT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서비스 산업을 효율적으로 발전시킨다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선 서비스 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 위한 첨단 부품, 소재 산업 토대 마련해야
강 회장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첨단 부품, 소재 산업을 예로 들었다. 이들 첨단 부품, 소재 산업들은 한국의 핵심 수출산업의 기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 산업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한국의 중요 수출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위기에 직면한 첨단 부품, 소재 산업을 최강의 기술과 품질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최강의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핵심 수출 산업들은 그들의 완제품 생산을 뒷받침 해주는 세계 최고의 강력한 부품소재산업,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독일의 대기업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히든 챔피언들과 종속관계가 아닌 상생하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대를 물리며 유지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의 대기업들은 이들 히든챔피언들이 독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경쟁 기업들에게도 첨단 기술의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독일의 첨단 부품, 소재 산업인 이들 히든챔피언들은 세계최강의 글로벌 부품, 소재산업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의 부품과 소재를 사용한 독일의 첨단 수출산업들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그러나 국내 첨단 부품, 소재 산업들은 독자적인 R&D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고, 유능한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그들과 종속관계에 있는 특정 대기업에만 납품해야 하는 사업 구조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부품, 소재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한국의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중국에게 빼앗긴다면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들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첨단부품 소재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들은 허리가 없는 최악의 산업구조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해 한국은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모델로 한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치창조’ 극대화를 위한 창조적 지식생산성 조직문화 구축 선행돼야
강 회장은 “가치창조는 기업의 경영자 뿐만 아니라 국가와 기관의 경영자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이며 책임”이라고 밝혔다.
창조적인 열린 조직문화 구축을 기반으로 지식생산성 경영을 통한 가치창조의 극대화는 경영자의 리더십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이러한 경영자의 리더십은 사람중심 경영의 리더이며,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은 확실한 비전과 가치관을 구축하게 되며 가치관과 비전을 모든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의 꿈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관료적이고 상명하복 지시형의 조직문화 속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지시를 따르는 종업원이며, 창조적이 될 수 없다.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지식과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개발은 더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기업의 가치관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가치창조를 위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면서 “주인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창조적인 지식개발과 지식 생산성의 극대화를 통해 그들 모두의 공동 비전이며 꿈인 함께하는 기업의 가치창조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진 회장은…
▲중앙대학교 경제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공업경영학 석사
▲네델란드 트웬테대학 경영학 박사
▲전 GE 코리아 회장
▲전 한국CEO포럼 회장
▲한국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이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도산아카데미 이사장
▲CEO컨설팅그룹 회장
▲세계미술문화진흥협히 이사장 (화가)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시인)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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