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 대선 승천할까?] 반기문 대망론 속 남·승·룡 ‘3龍’ 도전장 고심

Run, Run, Run  19대 대선 다크호스
문재인 독주체제 안희정·김부겸 대권 몸풀기

19대 대통령 선거가 1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발걸음도 조금씩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18대 대선의 경우 여권의 강력한 후보를 중심으로 조기에 명확한 선거구도가 짜여졌지만 이번 19대 대선의 경우 뚜렷한 대선주자의 독주보다는 가능성을 가진 여러 후보들이 겨루는 이른바 ‘잠룡들의 암투’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달 새로 꾸려지는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되느냐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첫번째 변수가 될 전망인 가운데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인물들의 대선 출마 여부가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핵심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원톱없는 새누리, 반기문이 대안될까?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유력 후보군들은 지난 4·13 총선을 통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 대표로서 여권 내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오랜기간 동안 1위를 달려왔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도부로서 선거를 참패로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 총선 이후에는 자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 이전 강력하게 주장했던 상향식 공천이 친박계에 의해 좌절되면서 ‘옥새 파동’까지 치르는 등 공천갈등으로 인한 선거패배 논란의 중심에 놓이면서 주춤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표기간 동안 제기된 부친의 친일행적에 대한 논란과 사위의 일탈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선 주자로 나서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상당히 제기된 상태여서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큰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김 전 대표가 8월1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전국 민심 배낭투어를 시작한 것도 이같은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달 당대표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념식에 1천5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하는 등 여전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력 주자임에는 틀림없다. 이날 행사에서 김 전 대표가 “이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출신으로 나란히 선거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시면서 대권가도도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총선 이후 일시적으로 대권지지도가 오르긴 했지만 여권 내 상대후보들의 열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총선 패배 이후 대권을 포기하고 당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비판 여론 속에 당권 도전을 포기, 대권 재도전으로 방향을 다시 전환했다. 

하지만 여권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대구를 야권의 핵심 주자에게 내줬다는 점에서 당내 여론이 아직도 싸늘하고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난 18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렀던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같은 일선 여권 대권 주자들의 부진 속에 반기문 대망론은 반 UN사무총장의 국내 입국을 계기로 크게 확산됐다. ‘8·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주자들도 토론회에서 반 사무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을 이구동성으로 피력했다.

 

반 사무총장 본인 역시 지난 5월 방한 시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임기 종료 후 결심하겠다”면서 사실상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여권의 환영과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권내 대선주자 대열 합류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지지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교관이나 UN사무총장의 모습이 아닌 현실정치가로서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지가 숙제다.

 

■ 문재인 독주는 야권의 필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분위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보가 선출돼야지만 본선에까지 흥행구도가 이어진다는 분석이 문재인 독주론을 견제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 전 대표가 독주한 끝에 본선에서 패배한 모습이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이끌어 갈 더민주의 당권 주자들은 이같은 여론 속에 조기에 야권통합 아젠다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야권과 여권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내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확장성 높은 당 지도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당대표 후보군들이 가장 염두하고 있는 야권 통합의 최우선과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에 이어 야권 내 대선주자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안 전 공동대표와 문 전 대표와의 후보단일화가 대선 이전 야권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대선에서 두 대권 주자가 후보 단일화에는 성공했지만 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 이후 안 전 공동대표가 문 전 대표와의 끊임없는 마찰을 빚은 끝에 당을 분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후보단일화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당권에 도전한 더민주 이종걸 의원(안양 만안)은 8월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문재인 전 대표가 대권 후보되면 야권통합이 어렵다”고 발언한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방선거에서의 재선 상승효과가 총선에서 오히려 반감한 느낌이다.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이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측근 인사들이 총선에서 박원순효과를 등에 업지 못한 채 낙마하면서 대선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사실상 실패한 모습이다.

 

최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2년여간의 전남 강진 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 복귀 채비에 나선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복귀 시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만약 손 전 고문이 총선 이전에 더민주 또는 국민의당으로 구원등판했을 경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겠으나 예상치 못한 야권 승리 속에 주변인에 머무르는 바람에 정계복귀의 추진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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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권구도 안갯속… 차세대 주자들 ‘조기 등판론’
여당과 야당 모두 뚜렷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으면서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던 인물들의 조기등판론이 정가에 거세게 불고 있다.


여권에서는 경기도에서 연정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뚜렷한 대립각을 통해 여권의 잠룡대열에 올라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 이번 대선 구도에 뛰어들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 지사의 경우 야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론에 맞춰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화두로 던져 시선을 모았다. 또한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잇따라 특강을 갖고, 지난달에는 여의도에서 정치권 인사와의 회동 일정을 연이어 소화하는 등 여권 잠룡으로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예상과 달리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으면서 대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정말 깊은 고민 중이다. 감당할 수 있을 때 나설 것”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총선이 지난 지 100여일이 다 돼가고 있지만 친박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유 전 원내대표 등에게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 남 지사와 유 전 원내대표가 모두 비박계 주자라는 점에서 이 둘의 대선 출마 결정 시 경쟁적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원희룡 제주지사도 7월29일 한 토론회에서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차출될 정도의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제 계획(도정에 전념)이 다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대권도전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이 대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계의 좌장인 문재인 대표와 차별화된 모습을 통해 당내 대권 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안 지사는 스스로 ‘구원투수’임을 자처하고 있다.

 

현재의 당내 대권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이 대안이 될 가능성과 주축 주자가 될 수 있음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야권 차세대 주자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 지사의 측근 중 정재호(고양 덕양을)·김종민 의원 등이 새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것도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의 차별화를 통해 독자적인 친노 세력 구축을 구상하는 안 지사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안 지사는 올해 연말께 대선 참여 여부를 최종 확정짓겠다는 계획이다.


대구에서 여권 잠룡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이기고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선 인물로 자리잡은 김부겸 의원도 내년 대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달 말 실시되는 전당대회 유력 주자로 꼽히던 김 의원은 당권선거 불출마를 통해 킹메이커 역할을 거부하고 대권 도전의 가능성을 열었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직접 참관하면서 내년 대선의 예행연습에 나선 김 의원은 대권 출마를 위한 조직을 확보하고 문 전 대표와 간격벌리기를 시도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뛰어들면서 잠룡들의 암투를 부추기고 있다.


■ 자치단체장 출신 대권 후보 나올까?
2000년대 이후 실시된 주요 정당 소속으로 대선 본선에 진출한 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는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로 당선되는 순간 잠재적인 대권 인사로 분류되는 기류를 보면 오히려 이들의 대선 본선 진출까지는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장을 지낸 바 있는 고건 전 총리의 경우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완주조차 하지 못했으며 경기지사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에 뛰어들었던 이인제·손학규·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밖에 경남지사를 지냈던 김태호 전 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냈던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도 지난 18대 대선 경선에 참여했지만 한계만 드러내는데 그쳤다.


내년 대선에는 자치단체장을 지내고 있거나 과거에 지냈던 인사들의 대권 도전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여야를 통틀어 8명 가량의 전·현직 단체장이 대권의 잠재적 후보 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일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선 경선에 참여한 바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18대 대선)와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경남지사(이상 17대 대선)도 대권을 향한 재도전을 염두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대선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당내 유력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당외 인사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지난 18대 대선에 남해군수를 지낸 바 있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중도사퇴하고 도전했으나 기대치를 밑돌았으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우 17대 대선과 18대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잇따라 참여했지만 정동영·문재인 후보에 밀려 2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두명의 현역 광역단체장이 유력한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 상태다. 손 전 지사도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 3명의 단체장 출신의 대권후보가 대선 출마를 놓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김부겸 의원 등과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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