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똑똑한 사람 만들 뿐… 올바른 인재는 못키워”
그럼에도 우리가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람이었다. 인재를 만들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도 날로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의 교육은 길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남을 이기기 위한 교육, 나만 잘되면 끝이라는 교육으로 각종 사회 문제까지 유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춘호 한국 뉴욕주립대 총장(59)은 브렉시트, 테러리즘, 금융위기 등으로 대변되는 혼돈의 국제정세 속에 우리가 가장 잘하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인재 만들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우리는 인재를 발굴하고 그 인재를 활용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인재발굴과 현장투입만큼 중요한 것이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 즉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육이 과연 올바른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교육법이 있다.
1949년 만들어진 법인데, 1조에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로 시작되는 교육의 목적이 나온다”며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교육을 한다는 것인데, 오늘날 피교육생의 모습을 살펴보면, 나 혼자 잘살고, 나 혼자 잘나고, 나 혼자 혹은 내 가족만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 이념부터 비뚤어진 탓에 교육 목적이 정작 교육 현장에 접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교육법에는 4가지 교육 목적이 나온다”면서 “그중 ‘국민의 인격완성’이 첫번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교육 현장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인격을 위한 교육이 없다”면서 “말로는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고교까지는 대입을 위해 교육하고, 대학에서는 취업과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교육을 한다”고 꼬집었다.
두번째는 ‘자질향상’이었다. 김 총장은 “자질향상이란, 실력을 키워주겠다는 것”이라며 “교육계에 있는 분들은 ‘충분히 역할을 했다. 인재를 키워냈고 우리는 선진국이 됐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 가장 변하지 않는 것도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컨텐츠도 교사도 변하지 않았다. 변했다고 착각하는데, 그게 더 무서운 거다”라며 “말로는 창의교육하고 융합교육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례로 우리 학교(뉴욕주립대)에는 개발도상국 학생과 국내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데, 개도국 학생들이 토론수업을 더 잘한다. 발표도 잘하고. 우리는 그런 훈련이 안됐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총장은 “오히려 목적없이 공부하고 있다.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왜 그 목표를 세운 것인지는 자신도 모른다”면서 “한 고교생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데, 왜 의사가 돼야하는지 설명을 못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너는 똑똑하니까 의사 돼서 돈 많이 벌어야지’라고 주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연 기성세대가 우리 아이들의 인격향상과 실력향상에 도움을 줬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총장이 세번째로 말한 것은 ‘국가발전에 봉사’였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정말 자랑스러운 나라로 발돋움했다. 내가 미국에 유학 갔던 1980년 초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못사는 나라였다. 지도교수가 나를 부를 때 항상 ‘불쌍한 나라에서 온 학생’이라 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역사 교육은 중요하다.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교육은 터부시 되기 일쑤”라면서 “국가 발전보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것이 우리 교육 저변에 깔려있다. 아이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기성세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반성했다.
김 총장이 전한 마지막 네번째 교육 목적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였다. 그는 “현재 우리는 많은 국가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개도국 입장에서 경제발전의 롤모델은 한국이 대표적”이라며 “이제는 우리도 나눠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있다.
미국에 가면 삶이 더 나아진다는 뜻”이라며 “열심히 하면 나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을 코리안드림으로 접목해야 한다. K-POP과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한국은 경제와 문화까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가 됐다. 코리안드림을 꿈꾸게 해야 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오면 배울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이 앞의 4가지 교육목적에 부합되는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총장은 “교육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면서 “올바른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현 교육 시스템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교육은 죽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김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철저하게 인재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별화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총장은 “이 시대에 맞는 인재육성의 3가지 차별화 포인트는 ‘상상력’과 ‘도전정신’, ‘실행능력’이라 꼽을 수 있다”면서 “우선 상상력이 발휘돼야 한다. 21세기에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R&D가 강조됐는데, R&D가 아닌 R&B(비즈니스)D가 돼야 한다. 돈 되는 것을 해야 한다. 뉴욕주립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도 I&BD를 강조했다.
철저하게 상상력(Imagine)을 펼쳐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번째는 도전정신이었다. 그러면서 진취적인 삶의 태도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용기와 힘을 키워줘야 한다”면서 “기성세대는 선진국이라는 좋은 벤치마킹 자료가 있었다. 공부해서 쫓아가면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이 살아보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며 청년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들이 가는 길을 쫓아만 가도 실패가 많은데, 새로운 길을 만드는데는 더 많은 실패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실패를 용인하고 용기를 북돋는 사회적인 문화도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총장이 꼽은 세번째는 바로 실행능력이었다.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실행능력이야 말로 차별화의 가장 중요 포인트라는 것. 또 이 실행능력을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과 추진력, 네트워크 3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아무리 좋은 것을 상상해도 동료가, 조직이,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수많은 걸림돌, 장애물을 극복하고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도 필요하며 전문가와 실력 있는 이들이 융복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등 세계적으로 신고립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를 알고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총장은 “역사적으로 자신과 다른 종족, 다른 집단의 사람들이 늘어나면 꼭 폭동이 일어났다.
가깝게는 유럽, 미국도 마찬가지”라면서 “개인적으로 다른 집단의 수가 전체 인구의 5~7%를 넘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이들이 세력화가 되면서 그동안 겪었던 서러움과 불만이 폭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그렇게 가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김 총장은 “문제는 왜 유럽과 미국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가다.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슬기로운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이 지나면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대책은 이민밖에 없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외지인들을 받아들이려면 지금부터 중장기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와 융합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구성에 나서야 한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폭동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이 모든 것을 이끌게 될 차기 대통령, 즉 후보자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대선 주자라면 확실한 비전과 실행능력을 갖추고 흔들림 없이 국가를 운용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의식은 물론, 훌륭한 인품도 갖춰야 한다”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위원회도 점령군처럼 들어가 이전 정권의 잘못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실패와 문제점에서 해결책과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춘호 총장은…
△1957년 이천 출생
△서강대 화학공학과 학사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화학공학과 석ㆍ박사
△산자부 산하 전자부품 종합기술연구소장 및 전자부품연구원장
△건국대 대외부총장,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연구원장
△현 대한적십자 부총장
△현 한국 뉴욕주립대 총장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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