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자본주의보다 약자 보호가 우선… 서로 나누는 사회가 행복”
여성이나 노인을상대로 ‘묻지 마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가 하면 일부 가정에서는 친부모가 아이들에게 심한 폭행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약자에 대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스마트폰은 필수 도구가 됐지만 아직도 스마트폰보다 당일 밥 한 끼 걱정이 태산인 소년ㆍ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는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가진 자들이 부정한 돈을 챙겼다는 등 각종 비리 소식들은 하루가 멀다고 들린다. 약자와 가진 자들 간에 좁혀지지 않는 불신이 지속되는 이유다. 약자는 가진 자들 틈바구니에 끼여 살고자 아등바등한다.
이 같은 냉담한 현실에 “이래서는 안 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가 있다. ‘시대의 어른’으로 추앙 받으며 보수적 신앙인임을 내세우는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79)가 바로 그다. 그에게서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묻는다.
■ 약자를 위한 사회
손 대표는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 억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 억울함이 없어지려면 시대의 정의가 바로 서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놓이게 된다. 사람들 간에 ‘정의’를 두고 서로 해석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일부에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정의를 악용한다.
이를 막아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은 법”이라고 답했다. 또 법에 대한 정의에 대해 “법은 독재자나 종교 등 한쪽에 치우친 생각이 아닌 모두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민주주의가 기반이 된 법치가 이상적이다”며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법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흔히들 약자를 지칭할 때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없는 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약자는 경쟁에 뒤처진 자들, 가진 자들의 행동에 피해 입는 이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경쟁에 뒤처졌다는 것은 가진 자에게 모든 것을 내 줬다는 의미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가진 자는 계속해 갖게 되고 약자는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된다. 빈익빈 부익부다”며 “이에 나부터 개인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쓴다. 현재 내가 맡은 나눔국민운동본부나 기아대책도 가진 것을 받아 다양한 약자에게 나눔을 행한다”고 했다.
■ 기부가 중요하다
이에 손 대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해 “기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올바른 기부란 남는 것을 기부한다는 것이 아닌 ‘아껴서 기부한다’라고 강조하고 싶다”며 “아낀다는 것은 환경오염도 줄이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기부의 정의가 돈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에게 준다는 의미를 넘어, 모든이가 스스로 아껴 사용해 나의 것을 나눠 준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물론 아낀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와 대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소비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이에 나는 자본주의보다 약자보호를 우선의 가치에 둔다. 둘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기부받는 수혜자 대상을 잘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이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주려는 동기가 순수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특히 기부에서 기업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 큰 손들의 기부는 미국과 달리 기업 위주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인 기업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워렌버핏 등 큰손들의 기부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가가 스스로 하는 기부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며 “사실 기업이 기부한다는 것은 결국 주주가 기부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사회적 기업임을 강조하려면 해당 기업 오너의 개인 기부가 중요하다”며 “나는 개인 기부가 기부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부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대기업처럼 가진 이들은 보여주기나 생색용 등 일부의 동기는 불순했다”며 기부를 두고 벌어졌던 불순한 행위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한쪽에서는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그 자체에 질투심을 느끼는 한편 가진이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또 손 대표는 “미숙한 시민의식도 한몫한다”며 “우리의 양심이라는 것이 돕고는 싶은데 하지는 않는, 이 과정에서 양심적 압력을 느낀다. 기부의 순수성을 깎아내려 정당화한다.
아마 이는 자신의 양심을 덜 아프게 하려는 방법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기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공동체
최근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친족 간 살인’이었다. 바깥의 위협에 가족들이 똘똘 뭉쳐 지켜줬던 과거의 모습들이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히려 약한 가족을 보호해야 할 강한 가족들이 오히려 이들을 핍박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손 대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약자들이 생기고 있다”며 “역사 발전 과정에 부정적 면이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나타난 결과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발전 과정 중 하나란 의미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는 “과거 가족 중심 사회의 경우 ‘공동체 이탈이 곧 죽음’이었다. 가령 과거 노비는 주인을 두고 절대 도망가지 못했다. 공동체 이탈 자체를 상상치 못했던 것이다”며 “예를 들어 20살 아들의 잘못은 50대 아버지와 어머니가, 50대 아버지의 잘못은 그의 형제나 80대 아버지 등이 관리, 견제해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현 사회는 다르다. 오늘의 개인은 공동체보다 자신의 이익 극대화에 중점을 둔다”며 “가족은 핵가족으로 쪼개졌고, 개인주의 성향은 매우 단단해져 가고 있다. 자기의 이익을 좇고 쾌락을 동경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부부가 싸우는데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을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며 “어쩔 수 없이 공동체 내부에서 행하던 일을 법이 개입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상황까지 왔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이는 친족 간 살인에도 적용된다. 예전에는 어른이 갓 태어난 아이를 보호했던 것이 이제는 가족들끼리도 내부적 대결하는 구도까지 간 셈이다”고 분석했다.
대안을 묻자 손 대표는 “자신이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 한다”며 “공동체에서 견제하던 것을 개인이 알아서 절제하거나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대표는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인들은 자신을 지켜야 하는 개인이 절제 능력을 상실했다”며 “과거 공동체에서 견제해 주던 장치가 없는 데다 나도 모르게 쾌락만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절제력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무절제한 욕망 분출을 크게 경계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자유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스스로 절제를 못 해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데,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더구나 이제는 쾌락만을 좇다 보니 정상적인 범위에서 느끼던 것에 만족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마약에 손을 대고 엽기적 방법으로 다른 욕구를 만족하게 하려 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써야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결국 ‘공동체 해체→개인 이익 극대화ㆍ개인주의화→쾌락 추구→무절제→상대에 대한 피해’ 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며 손 대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약자라고 해석했다.
■ 교육이 답이다
기자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떠한가’를 물었다. CCTV가 있고 경찰이 있으며 감사원이 있을 것이다. 이에 손대표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CCTV를 수배 이상 설치하면 그것을 감시하는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경찰의 수를 몇 배 늘린다 치자. 그럼 고용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또 이들 경찰을 감시하는 이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시하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권한을 남용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부정이 대물림되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세금이 결국 세금을 낸 국민을 감시하는 데 쓰이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에 해결책으로 교육을 제시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은 결국 교육이다”며 “인간 자신에게 절제력을 키워주고 남을 배려해 주는 것을 가르쳐 주며 비겁한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계속해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경쟁에 놓인 사회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한 자는 존재하는데 여기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이를 쓰러트려야 하는 강박에 놓이게 된다”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돕는사회, 약자를 위해주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며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법을 논해야 할 때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1938년 출생
▲서울대 영문학 학사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대학원 철학 석·박사
▲한국철학회 회장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이사
▲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기아대책 이사장
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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