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신체가 있다. 이곳 저곳을 바쁘게 다닐 수 있는 두 다리가 있는가 하면 밥을 먹기 위해서 필요한 손도 있다.
튼튼한 두 다리를 이용해 걸을 수가 있기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손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신체의 기관 가운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서 지식을 받아들여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긴요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귀’가 아닐까 싶다.
‘외부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사람이나 동물의 머리 양 옆으로 볼록 드러난 부분’이 사전적 의미에서의 뜻풀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얼마 전 고향 선후배분들과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아 소개할까 한다. 이제 공직도 잘 마무리하였으니 앞으로의 시간들은 ‘귀가 얇지 않게’ 만 살면 된다는 것이었다. 여린 성격을 염려하며 남의 사탕발림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고 자기 주관을 확실하게 갖고 살라는 선배의 고언이었으리라. 사람의 귀가 왜 두 개인 이유를 아느냐고 질문하면서 친절하게 그 이유까지 설명을 해 주었다. 한 쪽 귀로 들어 온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꼭 필요한 사항만 머리에 입력하고, 필요하지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반대편 귀를 통해 내 보내기 위해서 두 개라는 것. 남의 이야기를 모두 100% 액면 그대로 듣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상의 많은 정보는 활자 매체를 눈을 통하는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으로는 청각 기능을 하는 ‘귀’를 통해서도 수 없이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홍수같이 밀려오는 수많은 정보를 모두 머리에 저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머리가 좋아 많은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입력이 된다면 그 또한 머리가 빠개질 일이다. ‘취사선택(取捨選擇)’하라는 이야기다. 각자의 삶 속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나 편견적인 정보까지 기억하려고 하는 것은 비효율적임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생산적인 이야기들, 이를테면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흉을 보는 정보의 경우라면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떠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경청의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모 그룹의 모 회장이 그룹 후계자를 장남이 아닌 둘째 아들로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기PR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자기주장만을 설파하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것이 대기업을 이끌어가는 총수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고인의 예리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귀가 엷은 사람’이라는 말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해 주는 충고나 조언에 무분별하게 솔깃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한 쪽 귀를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삶의 자양분이 되는 꼭 필요한 것들은 머리에 잘 담아 두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반대편 귀로 흘러 보내는 것이 현명함을 일갈하는 의미일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은 귀의 생김새에 따라 미래의 운명을 점치기도 한다.
귀의 생김새에 따라 외견상 귀가 크고 두툼하면 ‘복이 많아 보인다’ 또는 ‘한 자리 해 먹을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체의 모든 구조들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일 뿐이다. 귀를 통해 전달되는 각종 지식습득을 통해 그 기관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귀’ 이기에 신체 부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아닐까 싶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경청’과 ‘취사선택’ 기능을 적절히 보완하는 역할을 감당할 때 사람의 귀가 두 개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진정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한섭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경영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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