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팠던 얘기는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자녀를 인생의 행복요소가 아닌, 자아실현의 방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아이는 꼭 낳아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있었던 시대를 살아온 나에게 젊은이들의 인식 변화는 혹여 우리 기성세대들이 물려준 산물인가 싶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젊은이들은 힘들다. 학자금 대출, 졸업해도 취업 걱정, 앞만 보고 달려가기도 힘들어 한다. 그러니 언제 연애하고 결혼을 꿈꾸겠는가? N포세대, 수저론, 헬조선 등 넘쳐나는 신조어들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이들에게 가정을 꾸리고 2세를 만드는 일은, 기성세대들이 젊은이에게 주문하는 ‘노력’이란 두 글자로 이룰 수 없는 곳까지 멀어지고 있다.
어떤 대학생은 아이를 위해 포기하며 살아 온 부모세대를 보면서 결혼은 내 인생을 망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했다. 또 다른 젊은이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질수록 혼자 사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설령 결혼한다고 해도 집값대출, 믿을 수 있는 보육시설 부족, 일·가정 양립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업문화, 독박 육아 등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하는 현실의 벽을 마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정책입안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해법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정책 방향을 수정·보완하여 일자리·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을 강화하고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실천과 문화개선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경기도 또한 저출산 문제가 여성·보육만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주거 등 생애주기별 사회문제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발굴을 위해 고심분투하고 있다. 실제 토론회를 통해 BABY 2+따복하우스 정책을 이끌어내었는데, 자녀 수에 따라 주거비, 거주기간, 면적을 차등화 지원하고, 따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공동육아를 지원하는 출산장려 정책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거정책과 차별화되어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은 도민의 정확한 니즈 파악과 다른 사업과의 긴밀한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이다. 기존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과감한 방향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정책이 적재적소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를 넘어 함께 고민하고 넘어야할 큰 산이다. 정책도 해법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서로의 마음을 읽고 눈높이를 맞춰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결혼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고, 가족을 만드는 것은 변함없이 소중한 가치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기본적 가치를 지키고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더 늦기 전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젊은이들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의미하다.
우미리 경기도 여성가족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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