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대통령의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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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겨울 휴가로 그의 고향 하와이에서 장장 27일간을 보낸다. 운동복 차림에, 거리 가게도 들러 가족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시민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 가족이 다녀가는 가게는 금세 유명해져서 톡톡히 재미를 본다. 뿐만 아니라 여름휴가는 주로 마서스 비니어드섬 같이 시원한 곳에서 보내기도 하는데 행정부ㆍ의회 등 지도자들을 초청, 골프를 치는가 하면 휴가 때마다 대통령이 읽을 책을 언론에 발표하여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이와 같은 휴가는 매우 낭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미국인들의 여론은 호의적이다.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대통령 휴가지를 따라가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사실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는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 머리를 식히고 당면한 정책을 구상하며 책을 읽는 것 등은 국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도 대통령의 휴식을 위한 시설이 있었다. 충북 청원에 있는 청남대. 하필 그것이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져서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할 뿐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당시 ‘청남대 화장실은 금으로 되어 있다더라’ 또는 ‘대통령이 대청호에서 낚시를 하면 잠수부들이 대통령 낚싯대에 큰 물고기를 꿰어 준다더라.’는 등 많은 유언비어가 돌아다녔다. 물론 대통령 일행이 오는 날에는 이 일대 주민들이 경호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2003년 4월 청남대는 충북도에 반환해 버렸다. 그리고 일반에 공개되자 사람들은 우선 화장실로 달려가 진짜 변기들이 금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또한, 호숫가 낚시터로 가서는 잠수부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모두가 사실이 아니어서 구경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관광객들은 청남대가 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임을 공감했다.

 

사실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2003년 4월 17일 3당 대표들을 이곳에 초청하여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모두들 만족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지금도 청남대를 충북도에 반환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주장들이 있다. 대통령이 복잡한 서울을 떠나 쾌적한 자연 속에서 국정을 구상하기도 하고 여야지도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한다면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도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휴식은 어떤 면에서 재창조를 이루는 에너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올여름 휴가지로 울산 십리대숲을 추천하여 화제가 됐었다. 그러자 김기현 울산시장은 청와대에 박근혜 대통령의 울산 방문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국내 휴가지를 권유한 것은 지역 경제가 어렵고 특히 울산은 조선업의 구조조정으로 분위기가 어둡기 때문인데 현직 시장이 이 기회를 챙기고자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의 여름 휴가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이 기회에 박대통령이 올여름 휴가를 청남대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권고하고 싶다.

 

여기 잔디밭에서 야당 지도자들과도 삼겹살 파티를 하며 사드 문제 등 격의 없는 국정논의를 한다면 국민들 보기에도 좋을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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