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업난 해소를 위해 능력 중심의 인재 채용을 주도하는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이 여전히 일정 ‘스펙’(어학 점수 및 자격증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이력)을 요구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취업준비생들의 지나친 스펙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만들고 지난해부터 이를 기반으로 한 능력중심채용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또 적성이나 특기, 능력 등을 주로 보는 ‘스펙초월 전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기업을 시작으로 금융권 대기업까지 스펙타파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은 아직도 어학 점수와 특정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신입 채용을 마감한 한국전력공사는 서류전형에서 토익 700점에 준하는 어학성적을 요구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과 국립암센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역시 어학성적증명서를 필수로 제출하게끔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신규 간호사 채용하면서 공인 영어성적을 제출하면 우대해주는 상황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수만명의 지원자를 일일이 살펴볼 수 없어 변별력을 두기 위해 어학점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최소한의 지원 요건이며 지원자들에게도 사전에 공고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어학 점수가 낮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며 “단순 우대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이 같은 엇박자 행보에 취업준비생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7)는 “정부는 스펙이 없어도 된다고 하는데, 막상 공공기관들의 채용 공고에는 여전히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어학 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는지,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턴 경험을 쌓아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정부의 NCS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공공기관의 스펙 요구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대선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공공기관들이 어학 점수를 비롯한 스펙을 보는 것은 일종의 관습”이라면서 “정부의 NCS 제도가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어서 모든 공공기관이 NCS를 도입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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