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쟁을 하는 대기업들이나 일부 중견기업들은 임금이 높고 각종 규제가 많은 국내보다 생산과 마케팅이 편리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니 이런 현상을 코렉시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국가든 기업이든 탈출구가 있다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중소중견기업, 특히 소기업들은 대체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온몸으로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우리 정부도 경제구조를 중소ㆍ중견기업 위주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며 큰 틀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현장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다녀보면 아직도 오랜 기간 대기업 위주로 굳어진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디테일을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을 보자.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다 알지만 현장에서 기업에 적용되는 양태는 대기업과 소기업이 사뭇 다르다. 일단 대기업은 규정준수를 위해 직원들에게 주말이나 야간근무를 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지시한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의 양은 줄이지 않는 듯하다. 직원들은 맡은 일을 다 해내기 위해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완전히 자발적으로(?) 야근이며 주말 근무를 밥 먹듯한다. 하지만 이런 관행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주말근무나 야간근무수당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이런 관행을 노동부에 고발하지도 않는다.
이 좋은 직장을 잃을까 두렵기도 할 것이고, 혹시 다른 직장으로 전직할 때 이전직장에 근무태도를 조회할 때 부정적인 평가를 우려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다만 몇 시간이라도 야근시키려면 초과근무수당을 챙겨줘야 하고 나중에 조금만이라도 규정보다 적으면 바로 노동관서에 고발한다.
잔업, 수당, 처우개선 등과 관련한 노사관계와 관련한 세세한 사항도 대기업과 소기업은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다. 기능별로 조직을 갖춘 대기업에서는 근로자의 근로 관련 불만사항이 바로 사장에게 가지 않는다. 중간에서 팀장이 구슬르고, 부장이 다시 걸러주고, 이래도 안되면 이사들이 나서서 해결한다. 이러한 복잡한 단계로 웬만한 문제는 제기하길 꺼리기도 하고 외부로 많이 표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모든 문제들에 대해 대체로 사장하고 근로자가 거의 다이렉트로 부딪히고 해결이 안 되면 바로 노동부로 간다.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근로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노동부로 가면 중소기업 대표가 불리하게 대접받는 점은 이미 예전에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 있다.
화평법이나 화관법 등 환경관련 법규도 각종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규모가 영세한 소기업은 전담직원도 부족하고 각종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기도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는다. 교육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필수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필자에게 부탁을 하는 기업인도 만난 적이 있다. 조금만 교육 회수를 늘려주면 쉽게 해결된 일인데도.
산재보험도 전체 직원수와 사고건수를 대비하여 보험료율이 책정되기 때문에 소기업에는 불리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소기업에서는 산재가 나더라도 산재처리를 할 경우 각종 정부지원에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해서 보험처리를 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도 많은 것 같다. 소기업은 산재전담직원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산재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점도 보완해주는 디테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장에서 한 기업인으로부터 “각종 법규는 대기업 위주로 만들어놓고 소기업 사장들만 법을 지킨다”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귀에 많이 거슬렸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울림이 있는 소리였던 것 같다. 진정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려면 큰 틀에서 제도정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소기업과 중소기업을 좀 더 배려하는 디테일이 많이 보완될 필요성이 있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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