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한국형 브렉시트? 원인분석이 결과대응보다 중요하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브렉시트가 발생한지 벌써 20여일 지났다. 브렉시트가 한국과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일단은 소강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여파에 대해 호들갑스러울 만큼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유럽연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대응이나 언론의 기사는 대부분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될 경제적 파장, 즉 그 결과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브렉시트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브렉시트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 원인을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하고자 한다. 시민의 분노, 이로 인한 사회통합의 해체,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첫째, 시민의 분노는 사회 양극화, 반세계화, 유럽연합에 대한 영국의 부당한 부담, 이민자 문제, 노동자 계급의 상대적 박탈감 등에서 기인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진 것이다.

 

둘째, 사회통합의 해체이다. 브렉시트는 단지 영국사회의 사회갈등(특히 세대갈등문제)뿐만 아니라 유럽사회의 통합(이민자 문제), 더 나아가 지구공동체의 상생과 고통 분담에 대한 거부이다. 소시민적 사고에 의한 결정에는 사회통합이나 공동체의식 등의 대의보다 개인의 불편함과 불안함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와 같은 소시민의 ‘자기중심적 사고’의 한계에 대해 각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제도이고, 이런 사명의식을 일깨워주는 이가 바로 사회지도자일 것이다. 브렉시트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의 한계와 신뢰할 수 있는 사회지도자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셋째, 지도자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로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현상의 사실성, 정책의 현실성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외면한다. 대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을 비롯해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을 보라! 영국의 EU부담금 3억5천만 파운드가 NHS(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로 사용될 수 있다고, EU탈퇴를 통해 이민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사실을 왜곡해 순진한 시민을 현혹했다. 또는 콘돔의 길이, 감자칩의 맛, 바나나 생김새 등조차도 EU의 규제를 받는다는 등 자극적인 내용을 가지고 ‘우매한 백성’을 선동했다. 과연 브렉시트를 주장한 정치인들이 이것이 왜곡이나 거짓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를 얻고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왜곡과 선동을 자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브렉시트 발생 원인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자. 경제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나 아닌 모두를 적대시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인한 사회갈등. 때로는 이기적, 때로는 이타적 동기에서 발생하는 시민의 분노. 이를 자극하고 선동하고 이용하는 정치 행태. 우리 사회가 영국 상황과 다를 게 무엇이 있나!

 

브렉시트 사건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결과적으로 브렉시트의 경제적 파장을 줄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사건의 결과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원인에 대한 분석 또한 중요하다. 만약 브렉시트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통한 사회적 성찰이 없다면 조만간 한국형 브렉시트가 올 지도 모른다. 경제적 파장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파장으로...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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