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도원동, 금창동 등 지금은 구도심으로 치부되는 곳에서 필자는 어린시설(1960년 대)을 보냈다. 지금도 기억나는 꿀꿀이 죽, 양조장에서 막걸리 제조 후 버린 술지게미, 소풍날에나 맛볼 수 있는 어묵(덴뿌라)… 특히 도원동 어묵공장 주위는 여름철이면 코를 찌르는 생선 상한 냄새와 날파리가 득실거렸다. 그때는 식품 위생이나 안전보다는 배고픔 해결이 우선이던 시대이니 지금과는 많은 차이를 느낀다.
경제가 성장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높아져 먹거리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부에서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표적 정책과제인 ‘4대 사회악 척결’중 하나인 불량식품 척결을 위해 식약처와 지자체, 경찰 등 여러 기관에서 식품 안전 강국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D사의 대장균 시리얼 사건, C사의 식중독균 오염과자 시중 유통사건 등과 같이 아직도 일부에서는 더 큰 재앙을 예측하지 못하고, 눈앞의 손실만을 생각해 식품사고를 일으키는 예가 드물지 않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 들어 각종 규제개혁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식품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가품질검사’ 제도로서 영업자가 자신이 제조한 제품에 대해 최소한의 품질관리를 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최근 자가품질검사 횟수를 늘리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대다수 중소 식품제조업체들은 검사수수료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생산자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책임감으로 양심을 버리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의식화해야 할 것이며, 행정기관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고, 문제가 없는 품목이나 HACCP을 도입한 회사는 자가품질검사의 검사주기를 조정하는 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강력한 처벌로 불법행위를 제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식품안전과 관계된 여러 기관과 식품제조·유통업 종사자들이 충분한 소통을 통해 안전한 식품 생산·공급에 대한 계도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식품안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우리 연구원에서는 국비지원을 통해 최첨단 정밀장비를 보강하여 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식품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식품제조공정 중에 생길 수 있는 위해 요인들을 촘촘히 감시하고 있다.
위해 요인을 밝혀내어 불량식품의 시장 내 진입을 차단하고,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식품안전검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소비자들이 유통식품에 대해 의구심 없이 마음 편히 소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식품 안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우리 연구원에서는 유통식품에 대한 검사와 식품업체의 자가품질검사 등 부정·불량식품 감시를 넘어,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항생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물 탐색과 대체제 개발의 가능성도 연구하고 있다.
작년에는 비브리오균에 항균력이 있어 여름철에도 안심하고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항균소스를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고, 관내 민간업체에 특허기술을 이전해 주었다. 또한 학교주변 어린이기호식품에 대한 기준규격검사를 상시적으로 하고 있지만, 영양성분 표시기준까지 검사를 확대하여 위반제품에 대해서는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해 업체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은 식품을 시험·검사한 후 부적합 제품에 대해 행정처분토록 하는 고유의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수한 전문 인력과 장비를 적극 활용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시민들이 먹거리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 파수꾼 역할을 건실히 해 나갈 것이다.
이성모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