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초·중학교의 발 빠른 대응에 비해 고등학교의 경우는 입시위주의 교육에 편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일반고의 경우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하여 편성하라는 ‘학교 자율과정’을 아무리 확대, 장려해도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교과이수단위의 절반을 국어·영어·수학 관련 기초교과 중심으로 편성하고 생활·교양교과군을 비롯한 그 밖의 영역은 대폭 축소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경기도교육감이 밝힌 내년 경기도내 모든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폐지 배경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야간 자율학습을 대신해 학생 자신의 진로와 관심분야를 스스로 찾는 대학 연계 교육과정을 비롯, 자유수강제, 학교간 공동교육과정, 학생 주문형 강좌를 늘려감으로써 학교교육의 다양화,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정책 표명으로 다가온다.
그 일환으로 경기도교육청이 2012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써 ‘교육과정 클러스터교’ 운영은 특히 눈여겨 볼만 한 교육정책 중의 하나이다. ‘교육과정 클러스터’란 인근 학교들이 정규 교육과정 교과목 프로그램을 상호 공유하고 활용해 학생들에게 흥미와 적성, 진로와 연계한 실질적인 교육과정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시스템을 일컫는다.
초기 평준화지역 일반고에서 시행해 지난해 비평준화지역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는 외연을 넓혀 특목고, 특성화고까지 총 139개교에 개설, 163교과에 2천200여 명이 수강하고 있는데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95%를 상회한 점을 보아 그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강사비 지원과 함께 현장 참여 담당교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경기도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육지원청 중심의 적극적인 컨설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이라 여겨진다.
“타교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학교 여건상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수업을 인근 대학 실험실을 활용함으로써 실험보고서 쓰는 법, 연구 논문 쓰는 법을 익힐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M고 2학년 김○○)
“인터넷에서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어 교수님의 영어수업을 듣고 논문지도를 받아 개인 소논문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S고 2학년 노○○)
대다수 아이들은 학교울타리를 벗어나 이웃학교 아이들과 함께 한 교육활동이 참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대학교수님을 비롯해 다양한 외부 전문가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며 신바람 난 아이들의 표정이 새롭다. 교육과정 클러스터 운영에 대한 이와 같은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은 교육주체로서 학생요구도를 충실히 반영한 현장친화적 정책이 일선 학교에 구현된 대표적 성공 사례라 볼 수 있다.
2009년 13개교로 시작한 경기도 혁신학교가 현재 400여 개의 혁신학교, 1천700여 개의 혁신공감학교라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숱한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 전환으로서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큰 틀의 도도한 물결을 누구도 거슬릴 수 없었듯이, 앞으로도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비롯한 교육과정 특성화를 모색하는 선도적인 경기혁신교육 정책이 현장에 안착되어 밀도 있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최동호 용인 성복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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