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화려한 영상을 내보내는 돔형 스크린을 설치한다고 대한민국의 산본로데오거리가 미국 라스베가스 같은 관광명소로 바뀌진 않는다.
그런데 관광도시라고 불리기 어려운 군포시가 라스베가스를 따라 산본로데오거리에 스카이스크린(LED 전광판)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시의 예상대로 스카이스크린이 설치되면,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군포의 산본로데오거리를 찾아올까? 그래서 상가마다 대박이 나고, 덩달아 지역경제 활성화도 달성될까?
감히 단언컨대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라스베가스와 군포의 도시 환경은 극과 극이다. 쉽게 말해서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가스와 책의 도시인 군포는 그 정체성부터 상반된다.
4선 시장인 김윤주 시장은 민선 2기와 3기에 걸쳐 군포를 교육도시로 성장시켰다. 민선 5기부터는 ‘책 읽는 군포’ 만들기라는 정책 과제를 추진해 오늘날의 군포가 ‘대한민국 제1호 책의 도시’로 인정받는 성과를 달성해냈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문화도시로의 위상을 확립해놓고, 이제 와서 시설비만 수백억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매년 운영비로 20~30억 이상 투입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LED 전광판을 산본로데오거리에 설치해 관광도시로 변모하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런 시도를 국내에서 군포가 처음으로 한다면 아주 좋게 봐서 성공 확률을 반반이라고 가정해 검토의 여지라도 있을 것이지만, 엄연히 실패사례가 있는데도 ‘우리 군포는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전광역시는 ‘으능정이길’이라는 상업지역에 길이 214m, 높이 20m, 너비 13.3m의 스카이로드를 2013년 8월 설치 완료한 바 있다.
국비 82억원과 시비 83억5천만원이 투입된 대전 스카이로드 사업을 전개하며 대전시는 연간 광고수익이 21억원에 달해 순수익이 5억원 정도 예상되고, 489억원의 생산 효과와 208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애초 설치를 찬성했던 상인들까지 임대료 상승과 매출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스카이로드를 ‘애물단지’라고 부르며, 시의원들은 운영 적자 때문에 매년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하고, 언론들은 ‘혈세를 낭비한 실패한 사업’이나 ‘지역민과 상인에게 외면받는 스카이로드’라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이런 사실을 군포시도 분명히 알고 있다. 대전의 실패 요인을 알고 있으니 보완해서 추진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대놓고 대전시를 무시하는 행태다. 대전의 수많은 공무원이나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무능해서 스카이스로드 설치 이후 3년이 지나는 동안 문제 해결책을 못 찾았는가? 일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전 스카이로드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실패한 사업으로 꼽힌다.
성공 가능성도 희박한 사업에 군포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많은 기회를 포기하며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는 일을 시민의 대변자로 선출된 시의원으로서 가만히 두고만 볼 순 없다.
집행부 견제가 의무인 동료 시의원들, 직접적 피해를 볼 산본로데오거리 상인들과 시민들의 힘을 모아 수백억 예산 낭비를 막아내는 데 앞장설 것이다.
/성복임 군포시의회 의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