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대원군의 눈으로 보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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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정치나 경제나 할 것 없이 신문을 온통 뒤덮고 있는 단어가 바로 트럼프와 브렉시트이다.어떻게 보면 이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이 디지털시대 아니 우주시대에 세상을 흔들고 있다고 하니 아직도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은 역설적으로 정말 우리에게 새로운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래서 세계첨단정치인들의 막되어 가는 모습에 나에게는 갈릴레오의 중얼거림을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다. ‘그래도 문명진화의 끝없는 여정의 한 과정인 세계화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인류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지성들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회 간 계층 간 장벽을 없애고 편견을 불식하는 것이 바로 인류 공동의 평화와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부르짖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인류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구약성경에서처럼 아담과 이브는 한 쌍이었고 오늘날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들의 자손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감성에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아시아의 어떤 나라의 유네스코가 주최한 ‘세계화와 세계시민’에 대한 이러한 논조의 강연을 끝내고 부딪친 질문이‘그렇다면 제가 한국을 가게 되면 비자 없이 들어갈 수가 있나요?’이었다.말문이 막히는 공격성 질문이었지만 내가 볼 때에는 교통과 통신이 국경을 무시하고 넘나드는 이렇게 발달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세계화’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질문자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은 중세의 끝자락에서 자국의 산업을 위해서 세계화를 일찍 성공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미국도 전 세계를 자신의 경제적인 영토로 생각하고 살아온 나라이다.세계화를 통해서 국부를 창출하여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있는 이 최첨단의 나라들이 이제는 쇄국을 하겠다고 나서니 이제 겨우 세계화로 재미 좀 보려는 우리로서는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세계화’가 잘못된 것인지 또는 일견 이제 와서 자신의 이익에 편집적인 증상을 보이는 강대국의 염치없는 태도에 너무 실망한 것인지 모르지만 이제 세계화에 편승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가치에 혼돈을 야기시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오늘날 이런 사태가 역사적인 반전인가? 아니면 역사적인 사건의 반복인가?

 

거의 150년 전에 우리는 대원군이 개방을 하지 않고 쇄국정책으로 나라를 유지하려고 하다가 나라를 잃었고 우리와 극렬하게 대비되게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산업을 일으키고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었다. 

두 나라 모두 초기에 극렬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결국 우리는 상당한 고생 끝에 일본에 한발 늦게 나라를 새롭게 일으킨 역사가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트럼프나 브렉시트와 같은 사건들에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우리의 삶이 피폐하게 될 걱정에 조마조마하게 되지만 아마도 과거의 150년 전의 우리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들은 필경 후회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사회이든지 간에 융합을 통한 창의성이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인데 사회 간의 장벽이 높을수록 융합될 수 있는 지적 그리고 물적자원이 줄어들게 되어 결국 사회의 발전 속도를 느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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