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오밀조밀 크고 작은 장학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 부천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법인 형태의 ‘부천시장학재단’이 있고 또 다른 14개의 소규모 장학회들이 있다. 그중 장학기금이 3억8천만 원인 ‘중구장학회’를 비롯하여 기금 1억2천만 원의 ‘성곡장학회’와 함께 기금 1천만 원 이상 1억 미만의 장학회가 8개, 기금 1천만 원 미만의 장학회도 4개나 있다.
장학회의 운영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금을 예치해 놓고 원금은 보전하면서 그 이자수익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수 년 전부터 은행금리가 형편없이 낮아지면서 이러한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래서 일부는 원금까지 헐어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이자소득이 전혀 없을 것이니 그 운영이 더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장학회 중에 중구장학회가 있다.
중구장학회는 고인이 되신 춘의동 박대운 씨가 1990년 4월 남구와 중구가 있었던 당시 거금 5천만 원을 쾌척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중구가 오정구로 분구 되어서도 계속해서 원미구 행정지원과에서 운영을 담당하면서 그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제 원미구청이 폐지되면 어디에서 인수받아 행정지원을 하게 될 것인가. 참으로 난감하다. 나는 8년 전 자치행정과장때 부천시 장학회를 서둘러 법인화 했다.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안전장치를 한 것이다. 그리고 중소장학회를 통합하려 시도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회장님들을 설득해 승낙을 받았어도 운영이사들이 왜 우리 돈을 넘겨주느냐는 반대에 부딪쳐 한 군데도 통합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한 장학회가 파산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은 법인 형태가 아닌 일반 장학회에서는 이미 예견된 재난이었다. 또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일이다. 그때 통합시켰더라면 그와 같은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누구 한 입에 털어 넣은 다음에 외양간 고치지 말고 하루빨리 법인형태로 운영되는 부천시장학재단으로 통합해야 한다.
반대하시는 분들의 논리는, 그러면 그 장학기금 기부자들의 명예는 어떻게 지켜주고 기릴 것이냐고? 그것은 걱정 안해도 된다. 지금 온라인 시대 아닌가. 홈페이지에 기부자 명단을 그대로 이전해 그 장학회별 이름으로 구분해서 올려놓으면 그분들의 고귀한 뜻을 충분히 기릴 수 있다.
장학생 선발도 폭넓은 차원에서 크게 보고 멀리 보면서 선발하면 더 좋을 거라 믿기 때문에 자신들이 선발해서 자신들의 손으로 수여하는 장학금전달 기념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각 장학회에서의 열린 생각이 모아지고 나아가 부천사랑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박한권 부천시 오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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